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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죽하면 기업들이 잔머리까지 쓰겠는가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2.23 13: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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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모든 조건이 어려워져 가격인상 안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정부에 우리가 힘들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주 국내 1위 우유 생산업체인 서울우유가 업소용 우유가격을 최고 66% 인상할 계획을 발표했다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자진철회한 해프닝을 두고 밝힌 한 제빵업체의 항변이다.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이 기업의 부담으로 향하자 이들의 고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갑'에 해당하는 정부에 감히 반할 수 없는 '을' 입장의 기업들은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펼치며 정부에 호소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제빵ㆍ제과ㆍ커피ㆍ외식업체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들이 최근 서울우유의 기업용 우유 공급가 인상 철회 해프닝을 두고 상징적으로 그들의 고충을 정부에 알리고자 한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된 소들이 많지만, 실제 서울우유가 업소용으로 공급하는 양이 5%정도밖에 안 되는 공급비율에서 제빵ㆍ제과ㆍ커피ㆍ외식업체 등에게 그 영향력이 막대하진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이슈화 된다면 서울우유의 계획을 빌어 그들의 '울며 버티는' 상황을 정부에 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다. 그쯤 되면 소비자들도 그들의 입장에 귀를 기울여 현 상황에 편이 되어줄 수도 있을 법하다.

실제로 그들은 한계치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설탕값은 이미 올랐고 우유값 뿐만 아니라 밀가루값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언제까지 원가상승 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를 상황이다. 이런 난리통에 정부는 강력한 물가 잡기에만 혈안이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시도에서만 멈추긴 했지만 이번 가격인상 시도는 최근 음식료 업체가 공통으로 겪는 원가부담이 한계수준에 임박했다는 것을 시사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가격인상 시도는 정부의 강력한 물가정책에도 불구하고 원가부담 가중이 업체가 극복할 수 있는 임계 치를 초과한다는 입장을 국민들에게도 피력할 기회가 됐다.

사실상 최근 6개월간 원가상승 부담으로 인해 지속적인 초과하락을 보이고 있지만 원가부담이 임계수준에 달하고 있어 가격인상 시도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부는 지난 서울우유의 가격인상 철회 사건을 그저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진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제고업체를 압박하는 것은 오늘어제의 일만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으로 인해 가계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혜택이 고맙지만 이윤을 추구해야 먹고사는 기업의 입장에선 다소 벅찬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정부의 물가 안정은 기업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물가안정을 핑계로 기업과 소비자의 양자 구조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업과 소비자, 정부라는 3자 구조로 자세히 들어가 정부가 최소한 기업에 세율을 한시적으로 공제해 주는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겨우 현 상황을 감내하는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선심 쓰듯 혜택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오죽하면 잔머리까지 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