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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태준씨 (감옥에) 잘 들어갔습니다"

[현장스케치]양심적 병역거부자 이태준氏 법정구속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23 12: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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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머님 우시면 어떡하지? 뭐라고 해?"

"'그냥 잘 들어갔습니다'라고만 말씀드려" 

2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뜰. 오전 10시15분경 407호에서 선고 내용을 듣고 나온 여남은 명의 대학생들이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은 서강대학교 재학 중 양심적 병역 거부를 결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당한 이태준씨의 선고공판일이었다. 1심 판결이지만, 이미 이씨에게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나 마찬가지 의미인 선고다. 지난 첨여정부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제도적 허용 가능성이 실낱같이 있었다. 당시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것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고 이같은 상황을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잔여임기(2년) 이상 더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기소와 처벌을 면하기 어렵고, 항소와 상고를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이씨도 지난 번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생각으로 항소를 이미 접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씨는 법정 방청석까지 따라들어온 대학생 사회봉사활동 단체인 '인연맺기학교' 동료들과 사회당 등 여러 진보계 정당 아울러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2010고단2561 병역법 위반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징집 거부 문제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범죄 사실은 모두 사실로 인정"이라고 전제하고, "제반사정을 감안하여 1년6개월을 선고한다. 피고는 법정구속(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자를 판결이 나오면서 바로 가두는 일. 항소 등으로 판결 확정이 되기 전에 자유를 뺏는 것이므로 보통은 불이익으로 본다)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앞으로 이 1년6개월의 기간 동안 영어의 몸이 돼 자유를 구속받게 된다. 법정구속이씨를 배웅하고 나온 대학생 및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책은 (따로) 적혀 있는 게 없으면 반입권수에는 제한이 없다더라"거나 "(방 안) 공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안에 둘 수 있는 책은 50~60권"이라는 등 '후원'과 '영치'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이씨와 같은 길을 곧 걷게 될 양심적 병역 거부 예정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애써 "넌 언제 영장 나오냐?", "난 아직 적(학적, 여기서는 대학 졸업 후 대학원 등록을 해놓아 임시로 징집을 연기해 놓은 학생임)이 있잖아"라는 등 대화를 나누며 이씨 선고의 충격을 애써 지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태준씨 후원회'를 맡고 있는 신지혜씨(인연맺기학교 간사)가 휴대전화로 이씨 가족에게 "네 ,저 지혜입니다. 네 무사히 들어갔구요"라고 전하는 소리를 쫓으려는 듯 담배연기를 내뿜거나 눈물을 닦던 휴지를 만지작거렸다. "이미 (후원주점이 열리던 날) 다 울어서 안 울어도 된다"던 단발머리 여학생은 아예 법원 계단에서부터 이미 눈물을 찍어냈다.

우리 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옥살이를 지금 하고 있는 자는 약 900명.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공개변론 내용에 따르면(2010년11월11일), 이같은 우리 나라 관련 수감자 숫자는 현재 전세계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감자의 85%에 달한다. 23일 이씨는 학업,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정을 나누던 학우·NGO관계자·진보정당 사람들 곁을 떠나 900명의 대열에 몸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