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전세난이 수급시장 판도 뒤집었다

[심층진단] 중소형 입주량, 중대형 앞질러…3.3㎡당 분양가 격차 3년연속↓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2.23 12:01:0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전세난으로 인해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 기존 중대형아파트 매매 수요가 중소형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경매·매매시장에서 중소형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소형과 중대형아파트의 분양가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고질적인 전세난 여파로 인해 전 보다 오른 전셋값을 낼 바에는 중소형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에서다.

   
주택 수요자들이 중대형아파트에서 중소형으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아파트 공급량도 중소형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형 저가 경매물건의 주요 경매지표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 거래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집값이 저렴하면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 분위기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07년 부동산시장 호기 당시 대량으로 쏟아 부었던 중대형아파트의 경우, 입주 시기에 부동산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많은 물량이 미분양으로 적체됐다. 건설사들도 중대형보다는 중소형아파트를 공급하는 등 유동성 악화의 주범인 미분양 피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2~4월 입주예정아파트는 전국 3만6547가구로 수도권 2만969가구, 지방 1만5578가구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2월 1만8503가구 △3월 7426가구 △4월 1만618가구로, 2월 입주물량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모별 전국 입주물량은 85㎡이하가 2만4376가구(67%)로 85㎡초과 1만2171가구(33%)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85㎡이하 1만1486가구, 84㎡초과 9483가구)·서울(85㎡이하 4만 70가구 85㎡초과 1480가구)·지방(85㎡이하 1만2890가구 85㎡초과 2688가구) 모두 85㎡이하의 입주예정물량이 초과 보다 높았다. 전세난 여파 등 최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주택 공급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매응찰자 너도나도 ‘중소형 물건’

경매시장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최근 전세난 여파와 총부채상환비율(DTI)완화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중소형 저가 물건 아파트에 응찰자들이 몰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2월1~15일 기준)2회 유찰된 중소형아파트(전용 85㎡이하)의 경우, 22건 중 15건(68.18%)이 직전 유찰가 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이는 2회 유찰된 중대형아파트(전용 85㎡초과) 54건 중 19건(35.19%)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은 2회 유찰 물건 27건 가운데 14건인 51.85%가 직전 유찰가(감정가의 80%) 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전달(57.45%)보다 5.59% 포인트 감소했지만 2달 연속 50%를 상회했다. 경기도 역시 47건 중 18건인 38.30%가 직전 유찰가를 넘겼으며, 인천은 2회 유찰 물건 2건 모두 직전 유찰가(감정가의 70%)위에서 낙찰됐다. 

실제 지난 7일 북부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 2회 유찰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아파트 전용 39.6㎡의 경우 17명이 몰리면서 감정가(1억6000만원)의 97.36%인 1억5577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직전 유찰가인 감정가의 80%(1억2800만원)보다 2777만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부동산태인 이정민 팀장은 “통상 2회 유찰물건의 경우 직전 유찰가를 넘기지 않는 수준에서 낙찰되지만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거나 호황일 경우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 여파가 중소형아파트 거래를 견인한 셈이다.

◆중소형․중대형 분양가 격차 125만원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2004~2010년 수도권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제외) 3.3㎡당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전용면적 85㎡이하(중소형)와 초과(중대형)의 격차는 지난 2007년 427만원의 최고조에 이른 이후 3년 연속 격차 폭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3.3㎡당 분양가가 2009년보다 상승했음에도 중소형과 중대형의 격차는 16%(25만원)가량 좁혀졌다.

더욱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비슷한 수준(344만~353만원)을 유지했지만 2007년에 정점에 달했다. 수도권 및 지방에 공급된 물량이 대부분 중대형아파트로 민간건설사들은 중대형 공급물량을 늘렸고 분양가도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8년, 2009년 연속으로 중대형아파트의 분양가는 하락세를 보인 반면 자금 부담이 적은 중소형아파트는 수요자들에게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금리 영향으로 수요자들이 고가의 중대형아파트 매입을 꺼려하면서 곧 미분양 적체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중소형·대형의 격차는 지난해 125만원까지 좁혀졌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최근 전·월세난과 맞물려 중소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중소형과 중대형 분양가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도 “최근 매매시장 거래량이 50%가량 감소세를 보이면서 중대형아파트는 조용한 분위기”라며 “아직까지 중대형 아파트 값 상승에 대한 수요자들의 심리가 낮은 반면 전세난 여파로 중소형(아파트)은 상담이 꾸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