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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김포-베이징 노선 반대’ 들춰보니…

[심층진단] 인천-베이징 주18회…주7회 김포로 돌리면 하루2편 운항 어려워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2.23 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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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월28일 베이징 당국과 진행된 ‘김포-베이징 노선’에 대한 항공협정이 결국 무산됐다. 국토부와 중국 실무자는 노선 개설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별 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로써 ‘김포-베이징’ 노선 개통은 지난 2009년부터 약 2년 동안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가 뭘까? 국내 항공사 운항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반발 때문이다. 

한·중 양국 간 김포-베이징 신규 노선 협정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항공업계가 고민에 빠져 있지만, 대한항공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양새다.  

지난 2009년 1월 정부는 급증하는 국외항공수요를 감안, 한·중·일 세 국가 수도를 잇는 셔틀노선의 개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베이징공항의 항공기 수용능력을 핑계로 ‘추가 운수권 배정 불가’ 주장을 내세웠고, 이때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지난해 4월 국토부는 2차 한·중 항공회담을 재개 인천-베이징 노선 중 일부를 김포-베이징으로 돌리자고 제안했고, 중국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엔 대한항공이 반대하고 나섰다. 

◆인천공항, 동북아 허브 입지 잃는다?

   
도심 근접성이 좋은 김포공항이 최근 국제공항으로써의 면모를 새롭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런 반대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 협정은 국가 간의 협상인 만큼 앞으로 장기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득실을 따져 신중히 해야 한다”며 “인천-베이징 노선이 축소되면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 공항 입지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의 위상이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운영에 대해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3단계 사업 시행으로 동북아 중추공항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목적으로 1단계 물류단지 기업 유치 활성화 및 수요에 따른 2단계 물류단지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유휴지를 복합위락단지로 발전시키고 첨단 IT와 BT를 접목해 여객·화물 처리 서비스 향상 시켜 동북아 허브로써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또, 김포공항은 국내선 중심공항으로 운영하되, 한·중·일 등 단거리 국제선 비즈니스 지원공항으로 육성해 기존 유휴시설 활용 범위 내에서 단거리 국제선 비즈니스 수요를 처리하도록 했다. 국제선 역량 강화로 권역의 국제교류를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역시 도심에 있는 공항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국내선 전용 하네다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 명칭도 도쿄국제공항으로 변경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터미널과 활주로 등에 투자한 돈만 총 5985억엔(한화 8조2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역시 상하이 홍차오공항 활주로 신설 등 여객청사 신설을 완료해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베이징에 신규 공항을 건설해 복수 공항을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중국도 도심공항 활성화 추세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해 서울 접근성이 좋은 데다 수속 시간도 짧아 단거리용 ‘비즈니스공항’으로 인기를 얻으며 ‘수도권 제2공항’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인천공항이 공항철도 개통으로 인해 서울 접근이 급속도로 빨라지며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실제 김포공항에 비해 10~20여분이 더 소요되고 있다. 게다가 지하철 소요시간은 단축됐지만 차량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아직도 1시간 이상을 소모해야 한다.

또 김포공항은 지난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과 동시에 국내선 전용으로 기능이 저하됐지만 2003년 하네다 노선을 시작으로 단거리 국제노선을 확보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김포-하네다 노선 이용객은 188만여명으로 지난 2004년과 비교해 세배 이상 증가했고 김포-오사카 노선은 82만여명으로 2009년 41만여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포공항 국제선은 2005년 94만여명이던 이용객이 2007년 166만여명, 지난해 315만여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올해 기존 396㎡(120평)에 423㎡(128평)가 추가되는 김포공항 면세점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넓어진 공간이 확보됨으로써 그만큼 김포공항의 관광 수요도 증대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공항 육성’이라는 목표와 편의성을 고려한 ‘김포공항 기능 배분’을 두고 적절한 정책을 준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이러한 이유다.

◆겉으론 ‘동북아 허브 위상’ 속으론 ‘경쟁사 의식’

대한항공의 ‘김포-베이징 노선’ 반대는 항공사 수익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 위상’을 거론하지만, 실제로는 경쟁사들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베이징 노선이 주 18회로 중국의 요구대로 주 7회를 김포로 돌리면 하루 2편 운항이 어려워진다. 또 LA 및 파리 등으로 가는 베이징 환승객의 감소가 예상되고, 최근 대한항공의 비즈니스 환승객 확대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주 24회로 한결 수월할뿐 아니라 환승수요도 많지 않아 큰 무리가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시장을 겨냥,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러 이벤트 진행하는 등 유치에 힘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김포-베이징 노선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항공은 단순히 이를 준비하는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김포-베이징 노선 반대가 얼마나 지속될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