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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저축銀에 말려든 당국, 리젠트악몽 재연?

정책 신뢰성 급락·예금주 불안감 뱅크런 새뇌관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23 08: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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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강원 소재 저축은행인 도민저축은행이 '자체 방학'에 들어간 가운데, 금융 당국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2일 밤 긴급 임시회의를 열고 예금 인출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자체 휴업에 들어간 도민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도민저축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지원받은 201억원의 긴급 자금까지 소진될 위기에 처하자 휴업을 선언했다. 감독 당국과 사전 협의 없이 휴업을 택한 것이다. 도민저축은행은 안내문을 통해 "당행은 과열된 예금 인출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당분간 휴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8%로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휴업한다"는 선언 내용이 결국 당국이 6개월이라는 시한을 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더 길어졌다는 풀이다. 자체 휴업을 택한 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액면가로 보면 징계지만 실질적으로는 '추인' 상황을 만들어 줬다는 비판이다.

◆뱅크런 재점화 촉매 가능성에 눈길 

이로써 지난 17일 이후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모두 7개로 늘어났다.

22일 하루간 98개 저축은행에서 인출된 예금 액수는 전날 인출된 4900억 원의 절반 이하인 2200억 원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주말새 부산계열 일부 저축은행들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를 단행하는 등 숨가쁘게 달려온 데 비하면 충격파가 잦아드는 모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같이 자체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이를 설득하다 결국 뒤따라 정지를 시키는 방향으로 치달으면서, 저축은행 부실 정리 상황에 직면한 '김석동 금융위원회호'가 제 항로를 못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부산 방문에서, 일부 단서적 표현이 있긴 했으나 "상반기중 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는 원칙을 확인했는데, 이같은 상황 장악력에 도민저축은행 상황이 금을 가게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말을 뒤집었다는 비판에 이미 한 번 직면했던 금융 당국으로서는 도민저축은행 건으로 인해 불안감 해소에 미진하다는 비판을 재차 받게 돼 더욱 위신이 추락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문제는 이같은 체면 손상이 위의 통계와 같이 연쇄인출(뱅크런) 우려를 간신히 잠재운 상황을 다시 악화시키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0년전 악몽 리젠트종금 복사판 돼서는 안돼 우려

과거 종금사 사태에서도 이같은 자체적인 지불 거부 상황은 있었다는 기억은 이번 도민저축은행 상황에 대한 장악력 실종이 금융 전반에 대한 불안감 증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음을 주고 있다.

2000년11월28일, 당시 리젠트종금이 12월하순까지 법인 및 고객예금에대해 지급을 연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모두 2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고객들의 예금을 전액 인출해 주겠다던 방침을 뒤엎은 것이었다.

지불 거절 상황에서 리젠트종금에 남아있는 예금은 5000억원 정도였다. 이에는 대출과 맞물려 있는 예금이 2500억원정도가 있어 리젠트가 최악의 경우 지급해야 하는 총 예금은 2500억원 정도였는데 즉, 여력이 충분하면서도 지불을 거절했다는 점에서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금융 당국에 대한 불신이 더 증폭됐엇다.

더욱이 리젠트종금은 당시 대주주 KOL로부터자금지원 1500억원을 받기로 했었는데, KOL에 4000억원을 투자, 2대 주주로 등록돼 있던 미국 워스콘신주연금은 이같은 인출 자금 마련 부담에 관련, 주한미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강하게 항의해 안하무인 시비도 없지 않았다.

워스콘신주는 서한에서 국제기준 BIS비율이 22%에 달하는 우량금융기관이 여론몰이로 하루 아침에 예금인출사태를 맞고있다는 것은이해가 안 된다며 우리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주주 마음대로 정리할 테니 알아서 현지 정부가 '유도리'를 발휘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압력이라고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도민저축은행 건도 자체적인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는 모양에서만이 아니라 리젠트종금 건처럼 당국과 금융업 관행, 상도의 등을 상당 부분 무시하는 조치를 택한 업체와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영국 상법학에서는 이를 그림자 경영진, Shadow Director라고 한다)에 대해 닮은꼴 논란이 더 강하게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특수한 사안에 대해, 우리 금융 시스템이 어떤 제어를 가할지 향후 문제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