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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입사하고 싶지만 오래 못 다닐 회사?

[심층진단] 500대 기업 직원 평균근속연수 역추적 해보니…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23 08: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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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은 우리에게 어떤 회사인가? 보통은 ‘여행’의 설렘을 연상하는 이가 많을 것이고, 수출입국시대를 살아온 기업인이나 회사원들은 돈을 벌러 오가는 인력을 실어나르던 ‘우리의 날개’라는 면모로 기억할 것이다. 때론 긴급한 상황에서 해외교민이나 주재원들을 철수시키는 ‘국적기’로 기억되기도 해 왔다. 꾸준히 투자해 볼 만한 ‘세력주’(16일 투자정보업체 에이스클럽)이거나 유가 안정으로 인한 기대감을 높이는 종목(14일 토마토TV, ‘글로벌 체크포인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몸소 공정사회를 외치는 작금의 사정 속에서는 재계 수위권인 한진그룹의 간판이자, ‘지속성장’ 문화를 앞장서 이끌어야 할 Top-tier(업계 선도 기업)라는 의미가 더 크게 받아들여진다. 이 위치는 현실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라는 색채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예비 회사원 즉 구직희망자들은 대한항공을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은 2004년 이후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진행해온 이 조사에서 2010년까지 물류운송업체 중 순위 1위를 차지해 왔다. 

다만, 이 조사 결과 중 일부는 한진그룹이나 대한항공이 갖는 인지도나 재계에서의 위상과 걸맞지 않는 면이 없지 않다. 즉, 종합 순위에서는 10위권에 들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업종을 망라해서, 라고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관심을 끄는 업체 정도로 대한항공이 구직자들 사이에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높은 연봉 매력적이지만…

연봉 면에서 일단 대한항공이 갖는 위상은 상당히 높다. ‘시사저널’이 1월에 밝힌 국내 100대 기업에 다니는 직원의 2010년 평균 임금은 636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대한항공은 7350만원으로 집계돼, 같은 물류운송업인 해운이나 항공업체들은 물론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의 웬만한 업체과 경쟁해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집계에는 어느 정도 굴절각이 있다. 장기근속 직원과 신입간 승급체계상 괴리, 남자직원과 비정규직이나 하위직을 맴돌게 직렬이 짜여 있는 여직원간 차이가 큰 문제 등을 안고 있는 회사일수록 구성원들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래 있을 수 없는 분위기인 회사라면, 이 같은 평균치 고액연봉이라는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는 것이고 많은 이들이 ‘신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작게 보이는 굴절 렌즈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런 점에서는 어떤 회사인가. 즉, 우리 사회가 이제 본격적으로 기업에 요구하는 친환경, 친노동의 ‘사회구성원와 동반성장하는 기업’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지, 라는 초점에 두고 대한항공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본질적으로 기름을 떼며 비행기를 날려야 하는 반환경적 속성은 업계 특성을 도외시하는 것이니 일단 제외하고, 동반성장과 이익의 구성원간 재분배라는 점에서 노동고용 면에서 보면, 대한항공은 일단 오래 다니기 녹록찮은 회사로 해석된다.

500대(매출규모 기준) 기업들의 평균적인 직원 근속 연수를 금융감독원 제출 사업보고서 등을 토대로 역추적 해 본 자료가 있다(시사저널 2009년 12월2일 보도). 유감스럽게도 ‘시사저널’의 2009년 조사 결과에서 근속연수 상위 50위권 범위 내에 대한항공은 빠져 있다. 59위에 랭크된 대한항공의 13.71년이며 매출액 기준 순위 37년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자리다.

많이 주는 대신, ‘번 아웃’(Burn out: 에너지 소진)되는 비율이나 치열한 경쟁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문제는 또 있다. 13년을 평균적으로 근속한다고 해도 이를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다는 측면으로 바로 연결해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정성 측면이 상당히 깨져 있다는 데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직장인들 중 상당수는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구성원들간의 갈등으로 수시로 퇴사 유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한항공은 유류와 운송수요 변화에 민감하다. 항공기 구매 계획이나 투자 계획, 타 회사와의 금전적 거래 관계와 인력 활용 등에서 상당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이런 면을 상당 부분 소속 구성원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나서는 쪽으로 몰아 풀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난해 연말, 조종사 불법 파견 논란으로 조종사노조가 부당노동행위를 문제 삼고 나선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유가 변동이나 경영상 위기 등의 국면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은 무급 휴직과 정리 해고 갈림길에 서는 압박을 받아 왔다.

쥐어짜서 계열사 밀어주고, 정작 직원들에겐 무급 휴직 강요?

외환위기 직후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등 각 계열사별로 희망퇴직 형식을 빌어 일부 인력을 감원했으며, 이후 틈나는 대로 경영 위기 등을 이유로 무급 휴직제를 실시해 왔다.

일례로, 2001년 가을, 대한항공은 ‘연말까지 500명 규모 감원’을 추진할 것으로 보도됐다. 다만 노사간 줄다리기 끝에 순환 휴직이라는 명목 하에 무급 휴직을 들어가는 제도가 추진됐다.

이 무급 휴직제는 이후 회사가 각종 여건상 어려움을 겪을 때 효자손처럼 활용됐다. 물론, 직원 입장에서도 고용이 바로 불안해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고통분담을 하는 게 낫고 회사에서도 인력의 해고와 채용(및 교육)을 반복하는 것보다 업무 연속성 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에 윈-윈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대한항공이 무급 휴직제 카드를 꺼낸 사례 중 2001년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해 6월 대한항공은 계열사인 한진중공업 채무 32억5000만원을 인수키로 한 바 있다. 이 채무인수 때문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85%가 됐다고 회사 측은 당시 밝혔었다. 계열사 밀어주기를 하기 위해 성장동력 내지 기초체력을 고갈시켰고, 이를 직원들에게 전가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정규직으로 2년 묶어두는 게 동반성장일까?

더욱이 근래 내놓은 남성 항공승무원(스튜어드) 채용 추진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년의 근무 후 근무평정 성적을 반영해서 정규직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인데, 1996년 이후 첫 남성 승무원 채용이라는 면에서 기대감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당사 관행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겠지만, 간만에 나온 채용안이 결국은 청년층이 가고 싶은 일자리 창출, 즉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에 바래온 고급 일자리의 확대 공급이라는 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물론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 일가가 이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은 물론 정권 말 증후군(레임덕)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확대 해석까지도 가능한 대목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