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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씨가족의 ‘TB끼리 위약금’ 황당 경험

이욱희 기자 기자  2011.02.23 08: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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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 성(姓)이 같다 해서 모두 친지 일족인 것은 아니다. 가깝거나 먼 친척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같은 성을 쓰는 이들이 워낙 많다보니, 희귀한 성이 아닌 이상, 같은 성을 쓴다 한들 ‘그러려니’ 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이하 SKB)는 SK그룹에서 뻗어 나온 회사들이지만 서로 다른 사업자로 각자의 살림살이가 있다. 하지만 SK 계열사인 이상 재계에선 ‘친족 사촌’ 뻘이다. 우리나라처럼 계열사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문화가 돈독한 곳에선 ‘SK’라는 성을 같이 쓰는 회사들은 거의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다. 하지만 서로 유리할 때는 ‘둘도 없는 친족’이고, 또 득이 된다면 순식간에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처럼 될 수도 있는 사이다.

지난해 양사는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TB끼리’라는 결합상품을 내놓았다. 고객 유치는 성공적이었다. 인터넷, 집전화, 휴대폰 등 요금을 패키지로 묶으면 할인받을 수 있는 상품인데, 겉보기로는 바람직한 의기투합인 것처럼 보인다.   

가족 3명이 SKT 휴대폰을 사용하면 SKB 인터넷은 무료인 상품이다. 즉, 가족이 3년 동안만 충실한 SKT 고객만 된다면 2만원 상당 인터넷 서비스는 공짜인 셈이다. 이 외에도 SKT 가입자 가족 수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런 서비스를 접하는 고객 눈에는 SKT와 SKB가 한 회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 예로, SKB의 인터넷․집전화 상품을 사용했던 A씨 가족은 최근 “가족 중 SKT 사용 고객이 3명이면 SKB 인터넷이 무료”라는 SKT 상담원의 전화를 받았다. A씨 가족 구성원 2명이 SKT 고객이니까 1명만 더 SKT로 이동하면 인터넷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A씨 가족 중 1명은 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SKT로 이동통신사를 변경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A씨가 기존 SKB 상품에서 ‘TB끼리’로 이동하려고 했을 때, A씨 가족은 SKB 측으로부터 “SKB 인터넷을 2년 이상 약정 가입했으므로, 이 상품으로 변경할 시 위약금 1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A씨 가족은 SKT와 SKB가 한 회사인 줄로 착각해 상품 이동이 가능할 줄 알았던 터라 어처구니가 없었다. ‘TB끼리’ 상품은 SKT에서 제공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변경’이 아니라 ‘신규가입’ 절차를 밟아야 했던 것이다. 

SKT와 SKB 양사가 유·무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타 경쟁업체와 승부하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영업 전략’으로 이해되긴 하지만, 고객이 이런 사정을 알아줄 리 없고, 알 필요도 없다.

SKB는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SKB 측은 “유통구조 개선과 유·무선 결합 고객의 기반을 확대해 질적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SK’라는 같은 성을 가지며 함께 영업을 하는 양사는 고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SKB 홈페이지에는 ‘TB끼리’ 상품에 대한 설명까지 있어 누가 보더라도 헷갈릴만 하다. 

돈벌이도 좋지만, 고객으로 하여금 ‘속았다’는 느낌을 들게 하면서까지 영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양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