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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리비아 현장 ‘시공잔액 82억달러인데…’

트리폴리 중심까지 시위 확산…현지 근로자 일시적 대피 중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2.22 11: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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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사업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북아프리카 전반으로 퍼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 중인 공사현장에 피습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업장에서는 현지인들이 현장을 점거한 뒤 기물 파손, 피습, 약탈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리비아의 경우, 지난해 한국과 리비아 양국간의 정치 분쟁으로 외교마찰로까지 불거졌던 바 있어 리비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비아 현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 중인 공사현장에 피습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건설사가 리비아 현지에서 시공중인 공사 현장. 출처 해외건설협회.

정부는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 등 리비아내 우리 근로자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 17일부터 중동대책반을 운영하고 리비아내 긴급사태 발생 시 특별수송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트리폴리서 근로자 3명 경상

국토부는 최근 리비아 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건설정책관을 반장으로 하는 중동대책반을 운영하고, 외교당국과 공동으로 리비아내 우리 건설근로자들의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내에서는 2월 중순이후 동북부 벵가지시를 중심으로 반정부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리비아내 우리업체 현장에 대한 시위대들의 난입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9일 새벽 1시 데르나 소재 아국기업 주택건설 현장에 지역주민 300명이 침입해 숙소방화와 기물탈취 한 이 후 20일 새벽 2시 및 저녁 9시에는 리비아 동북부 반정부시위의 중심지역인 벵가지 소재 2개의 우리기업 현장에 강도들이 침입, 컴퓨터 등을 탈취했다. 다행이 우리 직원들은 긴급히 안전지대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1일 새벽 0시에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평가됐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인근 우리기업 현장 1곳에도 시위대가 진입, 아국 근로자 3명이 경상을 입는 인명피해 발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국가위기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큰 경우, 지난 1월 이집트 사태의 사례에 따라 외교당국과 같이 특별항공대책도 수립할 예정”이라며 “리비아사태 안정시까지 중동대책반을 24시간 운영해 외교당국, 현지공관 및 리비아에 현장을 둔 우리업체 관계자간의 비상채널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위 확산, 상황 예의주시 중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 시내까지 이어지면서 현지에 있는 건설 근로자들의 대피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리비아 트리폴리의 한 건설 공사현장에서 총과 칼로 무장한 일부 현지인 무리가 들이닥쳐 한국인 3명이 경상을 입었다.

트리폴리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 트리폴리는 중심인 시내를 포함한 외곽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현지에 진출한 건설기업체와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명 피해 감소에 주력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과 관계자에 따르면 “어제 밤에 트리폴리 인근 30~100km떨어진 지역에서 근로자가 다친데 이어 괜찮았던 트리폴리 시내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며 “현재 위험지역의 경우, 건설업체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일시적으로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3번째 텃밭…리비아 시장 ‘위축’

한편, 리비아에는 우리 기업 43개가 진출해 있고 현지의 한국인 근로자도 1538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분이 건설업체로 이뤄져 있으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엠코 등 국내 건설사 24개 업체가 진출해 복합화력발전소와 철도, 호텔, 병원, 주택 등 5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공사 금액은 총 108억달러(약 12조700억원)로 이 가운데 시공 잔액이 82억달러(약 9조1700억원)에 달해 사태가 장기화하면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리비아는 누계 기준으로 세 번째로 중요한 해외 건설시장이다. 지난해 말(누계) 기준으로 294건에 364억달러를 수주해 전체 누계수주액의 8.6%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건설업체들은 투입한 장비와 인원 때문에 쉽게 현장 철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위가 발생한 지역에 있는 건설 근로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중이지만, 여기서(외교부)철수 공고를 내도 결정은 건설사가 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