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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예적금…외환은행으로 갈 필요없다?

타은행보다 짧은 가입기간, 운용능력 강한데도 수수료 등에선 ‘구태’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18 1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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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인데다, 나날이 국제화 지수가 높아지면서 외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 달러화 외의 사용국으로 우리 국민들의 투자와 유학 등 관심 대상이 넓어지는 추세도 상황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1967년 외국환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외환은행은 이런 국면에서 가장 고객 니즈 충족에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환율전쟁’이라는 키워드는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경향이지만, 현재 같은 경제 흐름으로 봐선 ‘아시아권 통화절상, 달러 절하’ 국면을 깰 만한 소재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미 당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에서 빼고 우리에 대한 환방어 비판 수위를 높인 근래 움직임은 환율 문제를 더욱 더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환율이 이렇게 움직일 경우 외국에 자녀를 유학 보냈거나 유학을 하는 경우 송금 시기와 방법, 저축 등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일단 필요한 금액만 송금하고 그 시기를 동향을 잘 보아가면서 조율하는 방안을 유리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목돈을 보낼 경우 하루에 많은 금액을 바로 보내기보다 두세 차례로 송금 시기를 나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도 지혜다. 주거래은행과의 거래 실적을 이용해 수수료를 줄이고 우대환율을 적용받는 것과 환테크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율이 좋을 때를 골라 장기 예치를 하거나, 조금씩 필요한 통화를 적립식으로 모으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외화정기예금이나 외화적금의 매력 요인이 높다고 하겠다.

장기투자 외화예금 & 적금 마땅찮은 외환은행? 신한 등과 비교돼

하지만 외환은행의 경우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장기간 투자할 상품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보통의 요구불예금과 유사하게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외화자유예금통장을 갖고 있으며 이는 외환은행의 경우에도 같다.

외환 예금 유치와 관련, 외환은행 등은 적금 및 정기예금도 설계해 보유하고 있는데, 외환은행의 경우에는 높은 금리에 유동성을 보장하는 적립식 외화예금인 ‘하이파이플러스 외화예금’, 여유있게 예금을 운용한다는 ‘외화정기예금’, 정기적으로 송금이 필요한 경우를 상정해 놓은 ‘하이테크 외화정기예금’ 등이 있으며, 유학 자금 준비를 위한 ‘자녀사랑 외화로 유학적금’과 창립 44주년 기념 한정판매용인 ‘공동구매 정기예금(11-1차)’ 등을 판매 중이다.

   
외화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도가 높아지고 있는가운데 외환은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는 바, 외환은행의 상품군을 들여다보면 전체적으로 고정식과 변동식 금리를 선택할 옵션을 고객에게 주거나, 외국환에 강점을 가진 은행답게 (상품에 따라서는 13종까지) 다양한 통화로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 ‘옥의 티’라면 운용에 있어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사랑 외화로 유학적금’은 24개월이 한도이며, ‘외화정기예금’은 12개월까지, ‘하이파이플러스’나 ‘하이테크’의 경우 3개월에서 24개월 가입을 한도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장기간 자금을 끌어들여 운용을 통해 고금리 유치 경쟁으로 인한 이율 부담을 털고 은행에서도 이익을 보는 통상의 정기예금이나 적금 판매 노하우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신한은행에서는 5년짜리 정기물(예컨대 ‘멀티풀 외화정기예금’)이나 길게는 10년 가입을 상정하는 상품을 내놓은 우리은행의 경우도 있는데(‘해외로 외화적립예금’) 극히 자신감이 결여된 거래 형태를 보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율 고시

한편, 외환은행의 경우 적금이나 정기예금에 해당하는 외화 상품에 투자하는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고집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이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화 예금의 경우, 미 달러화나 일본 엔화 등 안정성이 높고 거래가 용이한 통화는 우리나라에서 현물(즉 외국환 실물화폐)로 외화 예금을 들 때 특정하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데, 이후 이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것인데, 그 외의 화폐는 그렇지 않다.

이는 거래에 붙은 보관료와 각종 위탁 수수료 등으로 수취하는 것인데, 유로화나 파운드화 등을 예치할 때 해당 외화 현찰의 1.5%에 해당하는 액수를 부담하거나, 아니면 원화가치에 해당하는 외화를 통장에 예치했다가(전신환으로 넣었다가) 후에 현물로 찾는 경우 후불로 부담하기도 하는 게 실무로 돼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거래는 요구불 성격이 강한 외화 보통예금에 특히 요구 되다고 볼 것인데, 외환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대체로 외화 상품엔 정기예금과 적금에도 이 같은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외환은행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외환은행은 예를 들어 자녀사랑 외화로 유학적금에서 보듯, 미 달러화 상품보다 다른 통화 상품에 더 높은 이율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미 달러화나 여타 화혜의 값어치에 따른 문제라고도 볼 수 있으나 1유로에 약 1500원선, 1달러에 1100원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기간에 따라서 약 1%까지도 이율 차이가 나는 것은 운용에 있어 미 달러화보다는 유로화 등 군소통화에 더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의 특구성상 가능한 구성이라고 해석된다.

그런데, 이렇게 여타 은행보다 기타 통화에 대해 운용의 강점이 있음에도 막상 예금 위탁 수수료 같은 문제(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 통화 거래에 있어 자금 유동성을 잘 할 수 없는 지리적 혹은 업무패턴상 문제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일)에서는 구태의연하게 다른 은행에 편승하고 있는 셈이다.

외환은행이 외국환 관련 능력에서 특히 강점을 가진 것은 전문은행으로 설립, 장기간 특구한 지위를 보호받았기 때문으로, 지금 민영화는 되었다고 해도 일반적인 민간금융기업이 갖는 특장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국고 보조로 얻은 시스템을 아직도 보유하고 운용하는 셈인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하여 얻을 수 있는 점을 모두 자사 이익으로 삼는 것은 부당이득까지는 아니어도 높게 평가받을 일은 아니다.
   
외환은행은 타시중은행보다 많은 외화관련 영업망과 노하우로 인해 이른바 기타통화에서도 운용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소 통화에 대해 이율은 잘 제공하면서도 수수료 면에서는 타시중은행의 관행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뒤집어 보면, 외환은행이 외화 예적금 상품 설계시 고려하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통화를’, ‘길게 예탁 받는다면’, ‘수수료 등 부과 없이도’ 충분히 높은 이율을 부과하는 전문성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결국 외환은행은 점차 넓고 커지고 있는 외화 거래의 여러 파생 형태에 있어 장기 거래에 이점을 주거나 다양한 스펙트럼에 관해 고민하고 선도하는 데엔 인색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외국환전문성이라는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점에서 오는, 타시중은행보다 더 크게 다양한 종류의 통화를 잘 운용해 얻는 수익 차액분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대신 고스란히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어 향후 이에 대한 개선 방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