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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저축은행들 괜찮나? 실제 위기인 곳은 없다지만…

[심층진단] 부동산PF 후폭풍 ‘저축은행사태’…예고된 악재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18 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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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까지 당국의 영업정지 명령을 받으면서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 영업정지 처분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타저축은행들로 위기 물결이 번져나갈 가능성마저 우려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이번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이미 예견된 바 있는 재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은행업 등 극히 유관 분야가 아니면 경제 전반에 작용하는 돌발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화는 부동산 PF 등 무리한 투자에 기반한 바가 크며, 실제로 오래 전부터 경고 신호를 받아 왔다. 일각에서는 2006년경부터 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가 넘는 저축은행의 대출한도를 풀어준 것이 부동산 PF 투자 팽창을 불러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미 2005년 봄부터 한국은행은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및 새마을금고 등 부실화가 심해졌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2005년 5월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방안으로 저축은행의 △지점 설치 완화 △수익증권 판매 허용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우량 저축은행의 합병 등 대형화 추진시 일반은행 전환 등도 언급됐었다.

◆정부, 저축은행간 M&A ‘부실 희석화’ 주력

서민금융 중심으로 시작된 저축은행이 영업망 부실로 인해 역마진 우려(비싼 금리로 예금을 유치해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운용을 하는 일)를 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 셈인데, 하지만 나중에 보면 실제로 이중에서 진행된 바는 제한적이며, 실제 저축은행의 투자 활동은 위험자산인 PF 투자 흐름 쪽으로 왜곡,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미 저축은행 부실화 우려는 ‘오래된 미래’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금융위기로 저축은행의 PF 부실 문제가 급부상하자, 당국은 이를 정리하는 대신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부실을 희석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번에 BIS 비율이 5% 아래인 저축은행에 보해와 도민저축은행, 우리와 새누리저축은행, 예쓰저축은행 등이 언급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번 위기가 닥치자 다른 부실 저축은행들을 떠맡았던 곳들이다.

◆다른 저축은행들, 위기 없을까?

당국은 이들 BIS 부실 저축은행 명부를 발표했는데, 이들 중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거나 경영정상화가 진행 중인 곳, 자산상황이 나쁘지 않고 대기업 계열로 편입된 곳들인 등 실제로 위기인 곳은 거의 없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력이 되니까 부실한 저축은행들을 떠맡아 성적표가 나빠진 곳이 있고, 이들은 자체 회생능력이 있는 데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BIS 비율 등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차례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저축은행들의 평균치는 2006년 6월 9.18에서 2007년 6월 9.93, 2008년 6월 9.42로 변해 왔는데 2012년 12월을 보면 9.11(부산저축은행 계열 제외시 9.71)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볼 때 BIS 비율 악화가 현저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 정지 조치를 받는 등 저축은행 PF위기에 대한 당국의 선별 조치가 진행 중이다. 
BIS 비율이나 총자산 등으로 모든 경영 상황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큰 위기 의식이 시장에서 퍼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게 이번 부산저축은행 등 일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와 관련 통계 발표의 의중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에서도 자력갱생이 가능한 정도인 부산2저축은행이 이번 영업정지에서 제외된 점이나, 같은 부실저축은행 M&A에 동원되었으나 현대스위스나 토마토저축은행 등은 BIS 등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비교가 가능한 점도 더 이상의 부실은 없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려는 당국 의지로 읽힌다.

2008~2009년 금융당국은 BIS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 단계에 있는 부실은행들을 여러 곳에 인수시켰고, 이들 중 일부는 동반 부실을 경험하게 됐지만(우리와 새누리저축은행이 그런 경우다) 양풍저축은행(현 토마토2)이나 중부저축은행(현 현대스위스3)을 맞아들인 토마토저축은행이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무사히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산 계열이나 삼화저축은행 등에 대해 현재까지 이뤄진 조치는 미국의 모기지은행이나 S&L조합 등이 지난 1980년대 후반과 이번 서브프라임모기지 상황에 위기를 겪은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으로 평가된다.

S&L 등은 우리나라의 저축은행 내지 저축은행이 부동산 관련 위험 투자에 상당히 투자하는 경우와 기본틀이 유사한데, 1980년대 S&L 부실화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상당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끈 뒤 부동산 가격 정상화 이후 이를 회수처리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동산 회복은 현재로서는 당장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장담하기 요원하므로, 미리 연착륙을 준비할 필요가 제기돼 일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2008년 미국 인디맥이 13억달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일시에 뱅크런을 겪으면서) 회생 불능에 빠진 것을 지켜본 당국이 미리 문제가 있는 곳(특히 계열로 엮여 있고 문제 소지가 있어 위기시 파급효과가 큰 부산계열)을 택한 것으로도 읽히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 같은 신호 때문인지, 이번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국면에서 인출 규모는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보다 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지난 2010년 정부가 61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구조조정기금 2조5000억원을 사용하고도 시장 불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처럼, 정책이 일관성을 잃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이 같은 안정세는 바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평온은 모래성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