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제성장률이 4-5% 정도 되고 물가상승률이 2-3%라면 소박한 경제상식으로 볼 때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6~8% 수준은 돼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는 콜금리가 4.5%에 불과하다는 것은 문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4.5%인 현재의 콜금리 수준이 높다면서 인하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바로 이게 (한은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26일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주최로 열린 '우리경제의 현황과 과제' 강연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의 이러한 언급은 시중유동성이 여전히 과잉인 상태에서 콜금리 수준을 좀 더 끌어올리려는 통화당국의 입장과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정부 및 정치권 사이에 한은이 처한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최근 경기 흐름과 관련해 "경기가 단기적으로 경기사이클 측면에서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이 문제보다 성장 잠재력 저하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해 현재 제기되는 경기부양론보다 잠재력 확충 등 중장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과거부터 경기 사이클이 2~3년은 오르고 1~2년은 내려가는 방식으로 5년 주기가 진행됐다"며 "그 때마다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는 사이클 상의 문제일 뿐"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초반에 미국을 비롯해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가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그 결과 아파트담보대출과 신용카드 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리 인하라는 방법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부정적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현재 제조업 등 전통분야는 호경기에 3~4%, 불경기에 1~2% 성장하는데 이 부문에 국민 80% 이상이 집중돼 있어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하지만 한은 같은 정책당국에서는 아주 강하고 현대화된 부분과 전통적인 부분을 동시에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 한국의 성장률이 과연 4~5%에 갇혀 있어도 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성장세가 큰 폭의 감속 없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투자의 선순환구조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가 가장 중요한데 기업입장에서는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이 있다"며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정부.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동시에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총재는 "기업은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찾아야 하며 정부는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경쟁 열위 부분의 자생력 배양에 노력하는 등 부문별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