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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우유값 인상 철회’ 해프닝 속사정

원유값 오르지도 않았는데 우유값 올린다? “실무부서 오류”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2.17 11: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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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최대 우유공급업체인 서울우유가 우유값을 올리려다 하루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업계에서는 모든 원재료 값이 상승하는 현 기조에 반해 물가 안정만을 외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겨냥, 목소리 내기 전략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제빵·커피전문점의 경우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 상승의 압력을 외부적으로 받고 있지만 물가잡기에 혈안 된 정부정책으로 고충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나 제빵 업체로서는 서울우유의 가격인상 소식이 제품가격을 올릴 절호의 찬스가 됐다. 커피, 설탕, 기름, 밀가루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데 정부의 압력으로 가격을 못 올리는 업체들에게 정당성을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이들 업체들은 속으로 쾌재를 올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 “단지 기존 할인하던 것 올릴 뿐”

   
서울우유는 다음 달부터 커피전문점이나 제빵업체 등에 공급하는 원료용 시유 가격을 최고 65.9%까지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는 다음 달부터 커피전문점이나 제빵업체 등에 공급하는 원료용 시유 가격을 최고 65.9%까지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용제품은 탱크 또는 20kg 단위로 기업에 경쟁입찰형식으로 납품되는 제품으로 시중가의 70%정도로 거래된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료용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특수거래처에 대해 종전에 적용하던 할인 가격을 정상가로 환원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학교급식우유에 대해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학교 급식이 재개되는 3월을 대비해 우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급식 및 가정배달, 유통점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한 우유확보 집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도 “데일리 제품의 경우 정확한 시간에 신선한 우유를 요구하는 양에 맞춰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처럼 신뢰가 중요한 항목인데 3월이 되면 급식이 시작되고 수요는 70%가량 급증할 것이므로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야할 것”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학교급식이 재개되는 3월이 되면 학교 급식 우유는 200ml 우유팩 기준 385만개가 판매되고 서울우유는 급식우유의 약 65%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제역 때문에 우유 비축량이 1만5000톤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서울우유는 그동안 잉여 우유 처분을 위해 커피전문점, 제과, 제빵업체 등에 제조원가 이하로 공급하던 원료용 우유 가격 인상으로 부족한 물량을 보충하려했다. 가격을 올림으로써 납품업체들에게 우유소비를 줄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고 납품업체들은 원료수입의 다각화를 모색하게 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가격부담을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우유 공급선을 다양화 하거나 대체식품을 고려하는 등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며 “특히 원가부분을 고려하는 중으로 내부적으로 감내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에만 고충 전가

하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도 정부에게 ‘보여주기식 액션’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실제 전체 서울우유에서 원료용으로 판매하는 양은 전체 물량의 5%도 안 된다. 더구나 실제 원유값은 아직 상승하지 않은 상태이다. 우유값은 기본적으로 원유값이 상승해야 올리는데 원유값은 정부와 낙농가가 협의를 하고 통지를 해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단독적으로 올릴 수 없다. 따라서 원류 100% 제품인 우유는 원유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가격은 상승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최근 커피, 설탕, 기름,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프랜차이즈 점으로 이뤄진 SPC, CJ푸드빌의 경우 물류비도 중요한 요소인데 정유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가잡기에만 혈안이 되 기업에만 고충을 전가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우유는 우유값 상승에 대한 빌미를 제공하고 커피, 제빵 업체들은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제품가 상승관련 정당성을 제기 할 수 있다. 혹은 정부정책이 현재 기업에게 얼마나 고충스러운지 항변의 목소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단 하루만에 원료용 우유 납품가격 인상계획을 철회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실무부서의 납품가격 의사타진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라며 “현재 우유 납품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정부의 물가잡기 고육지책을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