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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잃는 게 더 많다’

대형증권사보다 대형은행사 추진하는 게 더 효과적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2.16 1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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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 논의에 대해 금융당국이 시장의 과잉반응이라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때 대형증권사 탄생에 대한 기대로 술렁였던 증권업계가 차츰 진정을 찾고 글로벌IB(투자은행)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리투자증권 인수후보군으로 막강한 자금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손이 뻗히는(산은지주는 정부가 대주주로 증권대형화의 속도를 내기 위해선 정부의 영향력이 큰 금융회사가 유리하다는 판단) 산업은행의 대우증권과 어윤대 회장의 취임이후 대형증권사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KB금융의 KB투자증권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지 증권사의 덩치만 키우는 것 외에 실효성이 없는 허황된 측면이 많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대형증권사보다 대형 은행사를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증권사간 합병, 자본규모 늘어나는 것 외 의미 없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업계이슈로 떠올랐으나, 자본결합에 따른 거대화 외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아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업계에서는 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이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만일 우리투자증권이 대형증권사와 결합될 경우 시장에서는 증권업계를 넘어 은행권과 보험권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자본결합에 따른 거대화 외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아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아가 유일한 장점인 자본규모가 늘어나는 것조차 외국증권사와 비교할 경우 확연한 열세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 임승주 연구원은 “만일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결합된다면 미미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자산관리측면이 후광을 받는다는 것 이외에는 크게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업종 중복으로 인한 정리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혼란이 예상되고 지점·부서 통폐합으로 인한 고객들의 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김석동 위원장이 기대하고 있는 한국형IB라는 측면에서 자본규모가 늘어나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대우증권의 자본규모 2조8000억원과 우리투자증권의 2조6000억원을 합쳐봐야 5조원을 상회하는데 이는 20조원이 넘는 외국증권사에 비하면 턱없이 열세인 것으로 단순히 의미만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을 좌지우지할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한국형IB를 거론하기에는 국내 시장이 좁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투자사의 한 연구위원도 "대우증권이 우리투자증권과 결합 시 산은지주의 자본금이 늘어나는 것 외 다른 시너지 효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인수 후보군으로 점쳐지는 KB금융의 KB투자증권의 경우 대우증권과는 달리 업무영역이나 점포 측면에서도 중복이 없어 내부 마찰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KB투자증권의 규모(1조8000억원)를 따져봤을 때 우리투자증권과 결합이 된다 하더라도 규모 측면에서 대우증권과의 결합 규모보다 훨씬 미약하다. 이는 결국 대형IB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빅3체제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그 의미가 희석된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IB는 허황된 측면이 있어 증권사보다 대형은행사 쪽으로 진행되는 것이 더 유익하다”며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결합 시 우회상장 효과와 점포망 확장 등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의 경우 지점이 없어 우리은행과 합칠 경우 점포망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되고, 이미 상장한 우리은행을 통한 우회상장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민영화와 함께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팔성 우리금융회장도 15일 녹색금융 국제포럼에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IB보다는 CIB(기업금융 투자은행)나 CB(상업은행)로 가는 추세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액주주 이익침해'로 분리매각 ‘안개 속’

이에 앞서 우리투자증권의 분리매각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적타당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금융의 매각을 결정하고 추진하려는 예금보험공사(우리금융지분 56.97% 보유한 대주주)가 우리투자증권에 대해 직접 보유한 지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주주총회 특별건의(상법 373조)에 따라 주주 동의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법적인 근거를 감안할 때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의 대주주로서 우리금융 자회사 매각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우리금융 경영진(이사회)은 이런 대주주 의견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회사의 분리매각여부와 방식을 결정할 주체는 우리금융 경영진인데 정부가 독단적으로 분리매각을 단행할 시 주주이익에 반하는 배임혐의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금융 경영진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적문제를 매듭 짖지 않는 한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