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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식용을 덤으로 주는 마케팅이라니…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2.15 17: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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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며칠 전 대형마트에서 물만두 한 개 가격에 두개를 준다는 말을 듣고 얼른 집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시식용’이라고 적혀있네요. 잘못 된 것은 아니지만 좀 찝찝해요.”

60대 주부의 얘기다. 이 40년차 가정주부는 “기왕 1~2개 더 끼워준다면 자연히 손이 간다”며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품목이 줄어드는데 한개만 있는 상품을 어떻게 사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장보기가 무서워졌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꼼꼼하게 가격과 용량을 살피기도 하고 구입의사를 결정키 위해 수십번 고민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하며 산 오뚜기의 삼포물만두 1+1 프로모션 제품이 알고 보니 시식용 제품이었던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마트 내 고객에게 프로모션으로 맛을 선보이기 위해 제공한 시식용 상품이 맞다”며 “행사 마지막 날, 남은 시식용 상품을 버리기 아까워 고객에게 덤으로 제공한 것으로 시식용 상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제보자에게 전달하니 “한개 가격에 두 제품을 가져갔으니 결과적으론 좋지만 속았다는 생각에 약이 오른다”고 투덜댔다.

이 주부의 입장에서는 구매 당시 판매안내자가 1개 가격에 추가제공한다고 해서 구매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묶음 처리된 다른 회사 제품을 샀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즉, 남은 시식용 상품을 단품제품 판매에 끼워 판매함으로써 회사 입장에선 처치 곤란한 남은 행사상품도 제거하고 상품매출도 높이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꿩 먹고 알 먹은 효과’를 얻었던 것이었다.

이 같은 사례는 통신사에도 있다. 현재 ‘노예계약’이란 말을 양산하기도 한 통신사 신규 가입자 모으기 방식은 공짜 기기를 제공한다며 프로모션하며 요금제를 부과, 사실상 설정된 기간 동안 기기 값을 다 지불하면서 통신사 내 할인 서비스를 교묘히 접목시킨 것이었다.

처음 도입 됐을 당시만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의 언어를 이들이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한국 속담에 충실한 탓일까. 단순 결론적으로만 보자면 소비자도 좋고 기업도 좋은 매부 좋고 누이도 좋은 격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기업이 고객을 상대로 말장난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속았다는 생각에 약이 오른다고 말한 주부에게 이 식품업체는 이미지는 어떻게 남을까. 말장난으로 상품 매출에만 혈안이 된 기분 나쁜 기업으로 인식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