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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은 ‘모험자본’ 될 수 있나?

태생적으로 소매금융用+‘타은행과 불합리 경쟁’ 논란…미래청사진 부재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15 12: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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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본시장법 시행 2년을 맞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근래 중점적으로 언급되는 이슈는 대형화와 겸업화에 따른 글로벌경쟁력 강화다. 이런 논점이 뼈대에는 업종간 기능통합이 있다. 하지만 본질적 발전이 아닌 숫자상의 단순통합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이런 점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소재가 투자은행(IB) 기능 강화다. 대체 어느 금융기관이 IB 역량 강화 시대에 중핵이 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인 셈이다. 다시 불거지고 있는 ‘메가뱅크’ 이야기도 여기 뿌리내리고 있다고 하겠다.

메가뱅크 논의가 다시 언급되면서 우리금융을 중심으로 한 역량 강화론도 부각되는 양상이다. 원전 등 세계적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이 유력후보로 이름을 올리더라도 대형 IB(투자은행) 부재에 따른 파이낸싱 문제로 그 문턱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인 만큼 민영화 문제와 함께 이 같은 체질 개선을 우리금융이 이뤄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모험자본의 중개 기능지원 맡을 깜냥 되나?

IB의 활성화는 대규모 해외사업뿐만 아니라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경제가 일본형 침체(경제가 노인처럼 활기를 잃는 일)로 빠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 사업으로 꼽힌다. 즉, ‘모험자본(risk capital)’의 중개 기능지원 차원에서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앞으로 추가적인 제도 혁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과 병행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체력과 체질에도 상당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연이은 예금보험공사와의 MOU 조건 미달 문제로 인해 체질적으로 강한 기관인지에 대해서 본질적인 안도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MOU 조건을 미세하게 미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국이 꿈꾸는 국제금융 기능이 강한 금융회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독일의 재건은행(KFW)처럼 한 개의 지주회사가 기능이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정책금융기관을 거느리는 방식이나, 이번 터키 원전 수주 국면에서 우리를 긴장시켰던 카드 중 하나인 일본의 일본국제협력은행 방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을 하려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대형 민간 IB 육성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나 일본의 노무라증권과 같은 대형 IB가 탄생하는 것인데, 이렇게 가기엔 우리금융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국제 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탄생시키는 마당에 결국 막대한 공적 자금을 묻어두고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국 관영도 아닌, 민영도 아닌 기구를 만들자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2006년 7월에 산업은행 측이 내놓은 ‘산업은행의 현재 위상과 미래’라는 문건에서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 일반은행과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감히 반응한 점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은행은 이 문건을 통해 오히려 민간금융기관이 산은보다 유리한 자금조달 구조로 산은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항변했다.

우리금융을 현 상태에서 새로운 IB문제의 강자로 키우면, 일반 시중은행들의 불공정 경쟁 불만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단일대오를 편성해 우리은행의 명칭 문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결집했던 전례가 있다.

바젤Ⅲ 도입도 문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바젤Ⅲ 규제가 오는 2013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자본규제 하에서도 규제자본비율을 상회하는 등 자본과 레버리지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나 유동성 규제를 받기 때문에 자본 확충을 위한 증자가 불가피하고, 이들 규제로 인해 자산성장이나 은행수익성에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주주 배당 역시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현재 민영화를 가속화하기에 부족한 주가 동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기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바젤Ⅲ 국면에서의 적응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금융기관을 둘러싸고 재편 논의를 검토하는 일각의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우리금융의 갈 길을 설정하는 게 녹록치 않은 과제임을 방증한다.

◆탄생부터 소매금융 발전도 어려웠는데 IB도?

2000년 연말 정부가 은행합병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던 시기로 논의를 되돌려 보면, 이같은 우리금융그룹 체제(우리금융지주 중심 시스템)을 기반으로 IB를 논하는 자체가 무리수라는 점은 더 명확해진다.

정부는 ‘제2단계 구조조정’의 핵심 과제(선결 과제)로 당시 은행합병을 지목했었다. 당시 언론은 △우량은행간 합병(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합병이 예다) △한빛은행과 지방은행들의 지주회사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우량은행과 공적자금투입은행의 합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었다.

그런데 이유가 이채롭다. 투자자들이 우량은행간 합병 등을 환영하는 것은 그 경우 기업여신의 건전성이 나빠지지 않으면서 소매금융 부문에서 우위를 확실히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라는 것(예컨대, 당시 서울증권 여인택 선임연구원 의견 등). 실제로 한빛은행(우리은행의 전신) 중심의 지주회사화 방안은 궁극적으로 부실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자산부족분을 공적자금으로 메우면 나름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정도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소매 금융을 하는 데 기본 프레임이 맞춰진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우리금융을 IB 강화의 키워드와 연관해 논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