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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태 ‘재기냐 좌절이냐’ 기로에 서다

[심층진단] ‘조선1번지’ 노사갈등으로 조선소 3곳 직장폐쇄

이진이 기자 기자  2011.02.14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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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존폐위기에 처했다. 한진중공업은 오는 15일 대규모 구조조정 확정을 예고해 노사 대립이 극에 달한 가운데 하루 전인 14일 직장폐쇄 신고서를 제출했다. 운영을 중단한 영도조선소·울산공장·다대포공장이 포함된 조치라는 데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조짐이다. 앞서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 8일부터 4박5일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측은 영도조선소의 구조조정을 통한 재도약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등 대치 국면이다. 내용을 따라가 봤다. 
 
지난해 이미 두 번의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800명 가까이 줄어든 한진중공업에 또 다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15일 400명의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 이달 15일 확정 통보를 예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진중공업은 노사간 마찰이 극에 달한 상태다. 사측은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업무량 고갈 △수주경쟁력 저하 △매출액의 현저한 감소 △경영실적 악화를 꼽았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최근 2년간 수주량이 전혀 없었다는 게 이를 뒷받침 한다는 설명.
 
반면, 노조는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하겠다는 회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측은 이날 영도조선소, 울산공장, 다대포 공장의 선박 건조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노사갈등으로 인한 정상적 경영 불가 및 회사의 재산과 시설 보호차원으로 직장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은 재도약 발판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영도조선소 구조조정은 경영난 해소와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사측은 현재 수주잔고가 상선 7척인 현재 향후 수주가 이뤄지더라도 선행공정으로 인해 상당기간의 업무공백이 불가피 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2월 신규선박을 수주할 경우 2011년 9월 이후 선각공장 조업 재개가 가능한 만큼 공백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사측에 따르면 6400TEU급 컨테이너선이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는 8064만달러인 반면, 영도조선소는 8712만달러로 수빅대비 8% 높고, 1800TEU급 컨테이너선도 선주가 5600만달러 대비 영도조선소가 6387만달러로 14% 높다고 지적했다. 
 
18만톤급 벌크선 역시 수빅과 타사가 각각 5435만달러, 5700만달러인 반면 영도조선소는 6258만달러로 수빅대비 15.2% 높다고 덧붙였다. 이는 영도조선소의 경쟁력이 그만큼 뒤처지고 있다는 반증이란 주장이다.
 
또, 수주잔량 기준 매출도 영도조선소는 지난 2010년 상선 7420억원 등 총 9656억원, 2011년 상선 2264억원 등 총 4548억원, 2012년 상선 26억원, 특수선 97억원 등 총 123억원을 기록해 매출액이 현저히 감소할 전망이다.
 
2010년 분기별 손익현황(조선․건설)은 3분기까지 합계 매출액 1조9980억원, 영업이익 1850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기록하고, 4분기부터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 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 “사측 주장 어불성설”
 
사측의 주장은 이렇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 전혀 수긍하기 어렵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경영구조와 조선회사들의 영업구조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생산 물량의 문제는 수주잔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산을 어디서 할 것인가라는 생산전략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지만 이는 계약주체를 자회사인 수빅조선소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자회사를 포함한 한진중공업 차원에서의 수주 실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야4당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노조는 수주잔액 기준으로도 지난 2009년 5조5000억원, 2010년 1조8000억원을 기록해 타 회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규모가 비슷한 경쟁사인 STX의 경우 2010년 수주잔액이 2조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3분기까지 조선부문의 수익성은 전체 영업이익률 대비 두 배가량 높은 18.3%를 기록, 전체 영업이익의 87%가 조선부문에서 발생하는 등 조선부문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불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인천, 울산의 운영 중단이 영도조선소 사업장 폐쇄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 2월 정리해고 당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수주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이후 1년간 한 건의 수주도 하지 않았고 생산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노사합의의 내용은 일방적 정리해고는 2010년 2월26일부로 중단, 노사는 회사 생존을 위해 수주 경쟁력 확보 및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사측은 동년 6월1일 조선업의 핵심 중의 핵심인 630명 규모의 기술본부를 폐지하고 200명 규모의 용역회사로 분사했다.
 
한진중공업은 기술본부 분사 시 100% 자본을 출자하는 경쟁력 있는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29%만 출자하는 용역회사로 만들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급기술 인력은 대거 경쟁사로 유출됐지만 영도조선소를 고부가가치 조선소를 만들기 위한 투자계획이나 시설개선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불신을 키워온 형국이다.
 
특히, 사측은 특수목적선을 전문으로 건조하는 특화된 조선소로 거듭나겠다고 했지만 현재 특수선의 비율은 생산규모의 1/10에 불과, 다대포조선소만으로도 가능한 규모이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레 영도조선소의 폐쇄를 얘기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관측을 반영하듯 한진중공업은 14일 영도조선소 사업장 폐쇄를 신청해 노조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개입 또는 조 회장 철회 있어야”
 
노조는 한진중공업 경영진이 ‘제 살 깎아먹기식’ 운영을 하고 있으며,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또는, 조남호 회장의 정리해고 철회결정만이 영도조선소를 살리는 길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고 있다.
 
노조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와 금속노조, 민주노총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투쟁승리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진중공업의 한 노동자는 “정리해고 대상은 쌍용자동차처럼 적자경영을 지속한 회사에서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자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경영상의 어려움을 명분으로 정리해고를 결정한 이튿날 경영진은 174억원의 대규모 주식배당을 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회사 측은 경영상황이 좋지 않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임원들은 제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고 덧붙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최영철 부지회장은 “지난 8일부터 4박5일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며 “먼저 정부당국이 개입을 통해 사태해결에 나서는 것과 조남호 회장이 정리해고 철회결정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지회장은 이어 “오는 15일 정리해고 확정통보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시민들은 한진중공업과 부산지역 경제를 위해서 이번 결정이 바뀌길 바란다”며 “경영진의 목소리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조 회장의 결정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