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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순탄치 않은 수송보국의 길

[50대기업 해부] 한진그룹ⓛ…태동과 성장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2.14 11: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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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50대기업 해부’ 이번 회에는 한진그룹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해 4월 기준 총자산 30조3870억원, 올 2월 현재 재계 10위 한진그룹의 태동은 ‘길’과 함께 시작됐다.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은 해방 직후인 1945년 인천항에 들어오는 수많은 물자를 보고 수송사업을 착안, 11월1일 한진상사를 시작으로 육상화물 운송업을 시작했다.

당시 조 회장은 신용이 밑천이었던 터라 신뢰를 중요시 했으며, 이를 인정받아 월남전 당시 미군의 군수물자 수송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창업주 신뢰가 밑거름 된 한진

고 조 회장의 신용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앞서 1956년 주한 미국의 수송용역에 참여한 조 회장은 어느 날 임차한 트럭의 운전사가 미군의 겨울 군복을 트럭과 함께 통째로 남대문시장에 팔아넘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기준 총자산 30조3870억원, 올 2월 현재 재계 10위 한진그룹의 태동은 '길'과 함께 시작됐다.
조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기지를 발휘한다. 직원을 남대문에 상주시키고 분실물건을 추적해 돈을 주고 다시 수거해 미군 측에 납품한 것이다. 손실은 컸지만 미군 측에 보여준 확실한 신용은 월남전 물자 수송에 참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조 회장은 이후 1958년 한진상사(주)로 법인전환 설립등기를 마쳤고, 1966년부터 1971년까지 5년간 월남에서 외화 1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여 국내 시장에 모두 투자했다.

한진은 이를 발판으로 이후 운송업, 건설업, 금융업, 레저, 여행알선업 등에 진출하며 급성장을 이룬다. 이러한 가운데 한진은 1969년 당시 부실기업이었던 대한항공을 정부로부터 인수해 항공운송에 진출, 하늘·바다·땅 ‘길’을 열게 된다.

한진은 1994년 한진지리정보(주)를 설립, 1995년 거양해운(주), 1998년 (주)한진관광과 (주)KAL개발을 (주)한진관광으로 합병했고, 1999년 한진건설(주)과 한진종합건설(주)이 한진중공업(주)에 흡수합병했다.

이와 함께 2000년 한진해운(주)이 자회사 (주)싸이버로지텍을 설립, 2001년 (주)항공종합서비스와 (주)칼호텔네트워크를 계열회사에 추가하기도 한다.

◆2세들 다툼 속에서 한진 분리

지난 2002년 11월 초 창업주의 타계로 한진은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경영을 승계하며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나?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고 조중훈 회장 슬하의 형제들은 창업주의 유언장 진위논란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2남 조남호, 4남 조정호 형제가 조양호 회장이 소유한 인하학원과 대한항공에 재산 대부분을 넘기라는 아버지의 유언장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형제간 분쟁은 일파만파 번졌다.

당시 재산상속을 둘러싼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집안 어른들의 부탁으로 이들 형제는 2003년 1월 계열분리 약정에 합의한 뒤 유언 검인절차를 일단락 했다.

지난 2006년에는 이들 2남과 4남이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정석기업 7만주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석기업 7만주는 고 조중훈 회장이 차명으로 이들의 ‘작은아버지’ 조중건 전 부회장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이라는 점을 인정받고 해당 주식을 돌려받았다. 

이들 2남과 4남은 2006년 창업주가 생전에 설립한 기내 면세품 수입대행 회사인 ‘브릭트레이딩 컴퍼니’의 지분을 4형제에게 24%씩 균등하게 분배했지만 조양호 회장이 납품권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며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30억원씩 총 60억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조양호 회장이 S무역을 세우고 납품권을 가로채 회사가 기울고 배당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2002년 11월 초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좌)의 타계로 한진은 장남인 조양호 회장(우)이 경영을 승계하며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창업주 타계 후 조양호 회장에게 대한항공과 해당 계열사가 넘어가는 등 경영권을 승계 받았고, 이들 형제들도 이를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며 조양호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지난 서울고법은 지난 2009년 11월 두 형제에게 각각 6억원씩 지급하라며 조정했고, 재판부는 조정조서를 통해 형제들이 향후 이와 관련해 어떠한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건과 함께 소송 관련 내용을 제 3자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3남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은 지난 2006년 11월 지병으로 별세했고,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됐다. 

한진그룹은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지난 2002년 타계 후 네 아들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분가가 가속화돼 왔다.

재계 호사가들은 이를 두고 경영권과 재산권 분쟁도 분쟁이지만 창업자의 타계 이후 그동안 누적된 형제간의 불신과 갈등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석기업은 비상장 기업으로 7만주의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조양호 회장 체제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를 더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올해도 장담 못해

한편, 지난해 애경과 대한전선, 유진, 성동조선, 금호아시아나와 함께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채결한 한진그룹은 올해도 개선약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항공과 해운 업종의 비중이 커 MOU 졸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