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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상흔 씻고 ‘네 바퀴’로 가는 ‘희망의 길’

파업 이전 대비 50%이상 생산성 향상 ‘신기원’

이종엽 기자 기자  2011.02.14 08: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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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 개인의 삶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집단심리와 집단역학이 작용한다. 따라서 노사관계는 오랜 관행과 전통에 기반하여 작은 변화마저 이루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사회적 통념일 뿐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를 가히 혁명적으로 상생적 관계로 변화시키는 사업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쌍용자동차.

이 회사 노사는 지난 2009년 무려 77일간의 파업을 거치며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새롭게 출발했다. 노사의 극한적인 대립은 공멸만이 있을 뿐이란 점을 노사가 모두 절감했다. 노사는 급기야 지난 해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갈등의 상흔을 씻고 네 바퀴 자동차를 타고 희망의 길에 동승하는 노사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쌍용차는 노사 안정화 이후 50%이상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
◆ 노사안정이 가져다 준 선물

“만일 백만번의 팔뚝질과 투쟁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면, 백만번이 아니고 천만번이라도 팔뚝질과 투쟁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결코 우리 노동조합이 바라는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사령탑인 김규한 노조위원장의 이런 깨달음은 이 회사의 노사관계가 획기적으로 변모한 배경을 잘 설명해 준다.

물론 김 위원장만의 인식변화만이 아니다. 경영진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조합원들은 노사가 협력하지 않으면 침몰할 수 밖에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를 장기 파업이란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터득했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단짝을 이뤄 신뢰에 바탕을 둔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거둔 성과는 ‘혁명적’이란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란 점을 무언으로 웅변한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Hour Per Vehicle)은 파업전인 2009년 2~4월에는 106.4시간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40시간으로 무려 50%수준 개선되었다. 또한 90%를 밑돌던 시간당 가동률도 노사관계가 안정된 후 거의 100%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인 류재완 상무는 이러한 경이적인 성과의 해답을 노사 안정화에서 찾았다.

류재완 상무는 “시설개선이나 공정변경 등 생산 환경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이렇게 개선된 것은 노사관계 안정화 요인 이외 다른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이외에도 협력적으로 변화된 후 바뀐 성과지표가 하나 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능직 1인당 생산대수(3개월간)도 파업 전에는 1.6대였으나 그 후에는 4.9대로 3배정도 향상되었다. 2009년에 3만5296대에 그쳤던 자동차 판매대수도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이 착실하게 추진된 2010년에는 8만1747대로 131.6% 증가했다.

2010년 12월 판매량은 내수 3786대, 수출 5416대를 포함 해 총 9202대로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최초로 9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 해 12월 판매실적은 최대 판매를 기록했던 전월 실적(7770대)보다 높았으며 이는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전인 2008년 월평균 판매 대수(7720대)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노사관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구축한 모델 사업장인 이 회사의 노사관계 안정화 효과가 얼마나 큰 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사측은 물론 노조의 열린 마음이 결국 신화 창조를 이뤄내고 있다.
◆ “너와 내가 아닌 함께라는 이름으로”

노사관계 안정화의 효과는 직원들의 두둑해 진 주머니 사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이브는 쌍용자동차 전직원들에게 축복의 날임에 분명했다. 그 동안 못 받았던 체불임금 등을 포함해 1인당 평균 약 600만~700만원 정도를 손에 쥐었다.

물론 장기간 파업기간 생계를 위해 불가피하게 대출받은 대출금을 비롯한 카드론 등 채무변제로 인해 그 체감의 정도가 낮은 직원이 적지 않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뿌듯한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

이 뿐이 아니다. 회사 재건과 회생의 주역을 자임하는 이 회사 노동조합은 조합비를 아껴쓰고 남은 돈으로 조합원 1인당 2만원씩을 회식비로 지급했다. 과거 노동조합은 조합비의 절반정도를 상급단체(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납부했으나 지금은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노조여서 상부단체 납부금 부담이 없어진 것도 새로운 회사의 분위기라는 것이 조합관계자의 설명. 물론 타임오프제도(근로시간면제제도) 시행으로 일부 전임자임금을 자체 부담하는 입장에서 이런 조합의 결단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조합집행부의 ‘선(先)조합원, 후(後)조합·조합집행부 정신’이 쉽게 읽혀진다.

◆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네 바퀴의 힘’

회사 측도 이런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 대한 배려에 화답하듯 전 직원에게 케이크를 선물했다. 경영진의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정이 듬뿍 담겨져 있음을 직원들은 모르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해 노사파트너십프로그램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장관상을 받은 회사답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노사발전재단 여상태 노사관계혁신팀장은 “쌍용자동차가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09년 2월 기업회생절차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일련의 파업과 타협 과정 중에 발생한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사상생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노사관계 혁신의 기틀을 마련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쌍용자동차는 2009년 초반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한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극단적 반발로 무려 77일간의 장기 파업 사태를 거쳐야 했다. 노사 당사자는 물론이고 쌍용자동차 본사가 있는 평택주민은 물론 전국민의 우려를 자아냈다.

같은 해 8월 노사 합의를 통해 강제진압 방식이 아닌 타협으로 파업사태를 평화적으로 일단락됐지만 그 휴유증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은 쌍용차를 2010년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 지원사업장으로 선정, 재정자금을 지원하였다. 노사는 깊은 상흔을 씻기 위해 참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상생 프로젝트 - 네 바퀴로 가는 길’을 추진했다.

노사상생 비전 선포식, 노사한마음워크숍, 사회공헌 활동, 노사화합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노사가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에 대한 목표의식을 분명히 했다. 다른 한편으로 직원사기 진작, 지역사회 공헌, 소통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직원들의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노사관계 혁명의 기초를 다졌다.

“사실 처음에는 노사가 함께 자리를 한다는 것이 어색 했습니다. 불신의 골이 워낙 깊었기 때문이었지요” 쌍용차 박영태 사장(공동관리인)은 이렇게 운을 뗀 후 “하지만 비전 선언, 등산, 워크샵 등이 진행되면서 열린 마음으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일 때 마다 노사가 더욱 가까워 졌다”면서 “한 울타리속의 공동운명체라는 점을 노사 모두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고재용 노사협력팀장은 “무엇보다 노사간 신뢰가 구축된 것이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며 “작지만 강한 회사로 거듭나자는데 노사는 마음을 모았고, 그 결과는 각종 성과지표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 쪽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노동조합의 문제형 수석 부위원장은 “조합간부나 회사 간부 구분 없이 워크숍을 하며 열성적으로 교육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노사는 하나라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조윤상 부위원장은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회사 측과 대화를 하며 소통이 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임단협에서는 노사 양측 모두 회사 정상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의 모습을 보여 다른 사업장의 귀감을 보였다.

◆ 소통이라는 희망의 홀씨 찾아

쌍용자동차 경영진과 조합 간부들은 장기파업 이후 매주 월요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평택 공장의 5개 출입문에서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4시간동안 노사 간부가 쌍용차 공장 현장에서 함께 작업(OJT)을 하고 있다.

노사 대표자들의 인사나누기와 OJT체험은 노사간, 임직원간의 소통을 길을 확보하기 위해 1년이 넘게 꾸준히 실시했다.

박영태 쌍용자동차 사장은 “매주 인사나누기와 OJT체험을 통해 그 동안 멀게 느껴졌던 노사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지고 있다”며 “회의나 워크숍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들을 수 없는 현장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인사나누기와 OJT체험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사의 신뢰회복과 소통확보를 위한 이런 노력은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더욱 속도가 붙었다. 장기파업이란 쓰라린 경험을 통해 노사협력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던 노사는 본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가 하나란 점을 몸 속 깊이 체득했다.

잘 달리는 말에 채직질을 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노사상생 프로그램이 쌍용자동차 노사에게 다가섰던 것이다. 

노사는 노사상생의 비전 선포식, 사회공헌 활동, 노사화합을 위한 산행, 노사한마음 워크숍, 노사파트너십 사업장별 공유 워크숍 등 여러 프로그램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노사상생의 비전 선포식에는 이유일 회장, 박영태 사장, 김규한 노동조합 위원장 등 8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쌍용자동차의 발전과 노사상생을 위한 비전을 선포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사 리더들은 회사 매각이란 바쁜 일정에서도 각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노사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010년 8월 21일 노사 대표 및 임직원 130여명이 참가하여 평택공장과 덕동산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도 실시했다. 쌍용자동차 노사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난 장기 파업이 지역사회에 미친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지역사회에 쌍용자동차 노사문화의 혁신적 변화를 알리기 위해 이뤄졌다.

노사 대표 및 임직원 180여명은 임직원의 건강증진과 단결력 강화를 위해 노사화합 산행도 가졌다. 평택공장을 출발하여 3시간에 걸쳐 서운산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노사·임직원 서로가 앞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노사 화합의 장이 됐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회장(공동관리인)은 “노사와 직원들이 함께하는 산행은 노사화합은 물론 직원과의 유대감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규한 노조위원장은 “노사화합을 통해 회사 경쟁력 강화의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산행을 계기로 쌍용자동차 회생을 위한 노사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강조했다.

그 후 노사는 한마음 워크숍을 실시해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로서 노사관계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 워크숍에서 회사 측은 쌍용자동차의 현재 경영상황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한편 회생의 의지와 각오를 강력히 보여줬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회생노력에 한마음으로 참여하겠다는 점을 밝힘과 동시에 화합과 미래를 향한 노사의 의지를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쌍용차는 대표 브랜드 코란도 후속모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 세계로 뻗어 나갈 코란도의 저력

쌍용자동차 노사의 혁명적인 노사관계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앞날이 무조건 순탄한 것 만은 아니다. 올 1/4분기 중에는 인도 거대기업 마힌드라&마힌드라에 대한 기업매각 작업을 마무리하고 법정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열세인 쌍용자동차에게 도전이 산재해 있다. 경영환경변화가 쌍용자동차에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주인의식으로 재무장한 노동조합과 조합과 호흡을 함께하기로 작정한 경영진, 그리고 새로운 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가 2010년의 노사파트너십 성과를 기반으로 머리를 맞대고 함과 지혜를 모은다면 ‘작지만 강한 쌍용자동차’로서의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과거 코란도(Korea Can Do)의 영예를 ‘뉴코란도’ 국내 출시를 계기로 재현하기를 바란다.   

우리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직후 68달러라는 국민소득에서 이제 2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어떠한 역경과 고난에도 당당히 부딪히면서 일궈낸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저력과 쌍용차의 쉼 없이 움직였던 엔진을 재가동해 세계를 향해 질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