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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젠 놀랍지도 않은 대한항공 정비결함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2.11 12: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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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 안전관리시스템에 또 구멍이 생겼다. 최근 몇 달간 잦은 결함으로 항공안전 미숙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한항공이 지난 10일 국내편 김포-제주, 제주-대구 두 노선에서 항공기 기체 문제로 인해 결항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일이라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다.

본지 기자와 통화한 대한항공 김포·제주지점 관계자는 이번 결항에 대해 “항공기 정비관계로 인해 결항이 결정됐다”며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다음 시각에 있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홍보실 담당자는 “통화하고 싶지 않다”며 결항 사유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이 기업의 홍보실은 ‘결함에 따른 항공지연 문제’에 대한 본지취재가 있을 때마다 거의 초지일관 “통화하고 싶지 않다”는 단일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홍보실의 이런 무책임한 답변도 ‘잦은 결함’처럼 이젠 별로 놀랍지 않다.   

대한항공의 지연과 결항으로 화가 난 한 고객은 보상을 요구했다가 애매모호한 답을 들었다.

이 고객에 따르면, 사측은 ‘운항 전에 정비 절차 진행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한 결함으로 인한 운항 지연은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한다’며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고객에게 ‘보상’ 대신 ‘숙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정기점검 기록이나 운항 전후 점검에 대한 기록만으로는 결함이 정비 도중 발견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

이 대목에서 제기되는 의문 한 가지. ‘불가항력적 사유’가 과연 대한항공의 잦은 항공안전 장애와 어울리느냐의 문제다. 대한항공은 ‘불가항력적 사유’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싶다면 적어도 다른 항공사들처럼 결함문제를 자주 발생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논어에서 공자는 ‘고자학자위기 금지학자위인(古子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이라 했다. 배우는 것은 자기 수양을 위한 것이지,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비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정비는 완전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철저하게 안전을 실천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남에게 무엇을 베푸는 것도 수기(修己)속에서 행해져야 한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보상’도 중요하지만, 어느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장사로 돈을 많이 벌었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이 벌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이 번 돈은,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정비불량 결함사고를 대비하는 데 가장 먼저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