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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에 지금 필요한 건 ‘포스트 삼성’

신승영 기자 기자  2011.02.10 14: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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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거침없이 달려온 현대차그룹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신차 출시나 실적발표 등 행사에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다지기’에 집중할 것을 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뚜렷한 목표와 그를 실천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간 현대차의 행보는 ‘포스트 토요타’라고 표현하고 있다. 토요타가 대규모 리콜로 타격을 입기 전까지, 현대차에게 토요타는 좋은 경쟁자이자 롤 모델이었다. 현대차의 외형적 고속성장에 토요타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겠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탑5에 진입했다. 하지만, GM·토요타·폭스바겐 등 최상위 그룹과 격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가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탑3의 벽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군다나 최근 현대차는 글로벌 인사에서 핵심인력들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50만대 이상 판매한 완성차업체 중 현대차(브랜드 23.7%, 그룹 21.7%)만이 20% 이상 판매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조엘 에와닉(Joel Ewanick)과 크리스 페리(Chris Perry) 전(前) 현대차 미국법인 마케팅 부사장을 일등공신으로 꼽고 있다. 이들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과 슈퍼볼·아카데미 등 대형광고로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모두 GM으로 이직했다.

현재 조엘 에와닉은 GM 글로벌 마케팅 최고책임자(CMO)를 역임하고 있으며, 크리스 페리는 GM 핵심 브랜드인 쉐보레 마케팅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또한, 올해에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주도해온 미국연구소(HATCI) 필립 잭(Phillip Zak) 수석 디자이너가 GM으로 이직했다.

이 같은 핵심 인물들의 이직은 현대차 미국법인을 흔들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미국 출시예정이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올해로 시기가 늦춰지며, 미국 정부로부터 친환경 자동차 세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조엘 에와닉은 GM이 슈퍼볼 광고를 3년 만에 다시 실시하도록 주도하는 등 현대·기아차의 마케팅 효과를 감소시키며 ‘최악의 경쟁자’로 변했다.

또, 최근 한국·중국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현대차 패밀리 룩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는 가운데, 필립 잭의 공백으로 디자인 정체성이 흔들리는 위기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대차의 고민과 함께 업그레이드된 삼성의 ‘지행(知行) 33훈(訓) 2’가 눈길을 끈다. ‘지행 33훈’은 삼성의 기술전략, 인사기준, 경영이념, 제품방향 등에 대한 지침이 담겨있다.

‘지행 33훈’에는 핵심 인력에 대해 △인재를 위해 경쟁사보다 50% 이상 연봉을 책정하는 등 돈을 아끼지 말아라 △사장급 임원은 삼고초려 하라 △유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국내 재계순위 1·2위의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란 점에서 자주 비교가 돼왔다. 그러나 삼성은 세계 시장에서 1·2위를 다툰다는 점과 현대차는 이제 글로벌 선두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 차이를 만드는 점은 바로 인재관리에서 나온다고 보여진다.

현대차가 GM, 토요타, 폭스바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선두를 다툴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사람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부사장을 통해 그 파급력을 경험했다. 지금 현대차는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핵심인재를 유치·관리하고 또 육성할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