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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대표가 ‘동반성장 위원’이라니…

[르포] ‘노골적인 계열 챙기기’ 춘천 롯데마트 석사점 현장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2.10 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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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5일 오후 7시, 춘천 롯데마트 석사점 2층 입구에 들어서자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미용실 문이 닫혀있다. 입구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목이 좋았던 미용실 문 앞에는 ‘입점 중비 중’이란 푯말이 붙어있다. 코너를 돌아 푸드코트에 들어서니 롯데리아를 제외한 모든 음식점 역시 영업을 중단했다. 커튼으로 가림막이 내려진 배식구 앞에는 ‘신규업체 입점 준비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완료토록 하겠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춘천 롯데마트 석사점에선 롯데의 ‘지극한 계열 챙기기’ 단면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현장을 스캐치했다.     

   
 춘천 롯데마트 석사점 푸드코트 내 음식점은 현재 롯데리아를 제외하곤 계약만료로 인해 영업을 중지했다.
석사점 푸드코트를 서성이던 50대 가량으로 보이는 너댓명의 고객은 안내판을 유심히 보더니 이내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시킨다.

유일하게 푸드코트 내에서 영업 중인 롯데리아 자리에서 6개월 전만해도 맥도날드가 성황리 영업했었다. 이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2000년 8월 개점한 GS마트 춘천점은 지난해 6월1일부로 상호를 롯데마트 석사점으로 변경했다. GS가 마트 및 백화점 부문을 매각함에 따라 롯데의 가족이 됐다. 하지만 이후로 롯데마트 76호점인 석사점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GS마트 당시 영업을 같이하던 푸드코트 내 10여개 음식점은 롯데마트로 주인이 바뀌면서 차례차례 퇴점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영업점 빼고 그 자리에 자기 새끼들 차례차례

지난 달 10일 개시된 롯데마트 석사점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존 이가자미용실, 다영플라워, 푸드코트(취향 및 올스웰) 등의 점포들이 2010년 12월31일자로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퇴점하고 중식(차이니즈), 일식(리틀간자), 양식 및 미용실 등이 입점할 예정이라고 안내돼 있다.

GS에서 롯데로 간판이 바뀌면서,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종전 점포주들이 어쩔 수 없이 둥지를 뜨고 있다는 게 지역상권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강원발전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GS마트보다 바잉파워와 목소리가 큰 롯데마트의 경우 식자제 유통을 자사에서 하는 방식을 제안하거나 기존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며 “업자들은 결국 법적 권한이 없으니 계약이 다 되 조건이 안 된다면 점포를 빼라고 제안하면 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권을 비롯한 서울‧수도권, 영‧호남권 등의 롯데마트 입점 점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혹은 관계사들인 롯데리아, 롯데제과가 운영하는 나뚜르, 한국후지필름, 롯데 JTB여행사, 롯데카드, 롯데 보네스빼 등이 차지하고 있다.

춘천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론 이왕이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그룹사 및 계열사들의 ‘제식구 챙기기’가 무조건 잘못 된 것은 아니지만 롯데쇼핑 잠실점과 마찬가지로 계약해지를 이유로 기존 영업점을 빼고 그 자리에 자기 새끼들을 하나 둘씩 채워지는 것이 롯데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신축 등 롯데그룹은 서울 잠실에 대규모 ‘롯데타운’ 조성을 추진하면서 롯데쇼핑이 잠실 롯데월드쇼핑몰에 10여년 넘게 세 들어 있는 자영업자들을 모두 철수시키려고 해 해당 상인들은 2년째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체 무슨 점검 하나?   

한편,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지난해 12월13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이끌어 갈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이 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산업계의 동반성장 분위기 확산 △주요 기업별 동반성장지수(Win-Win Index) 정기적 산정・공표 △중소기업 적합 업종 및 품목 검토 △동반성장 성공모델 발굴 및 우수사례 확산 △대・중소기업, 거래상・업종 간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이다.

이보다 한 달 전인 11월, 노 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롯데그룹 내에 구성해 매달 한 차례 회의를 열어 협력업체 지원을 점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