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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쪽지 “남은 밥 좀 주오”…사실상 유언

김현경 기자 기자  2011.02.09 18: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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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은 작가의 쪽지가 국민을 울리고 있다.
[프라임경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요절한 故 최고은(32) 작가의 쪽지 유언이 연일 누리꾼들의 마음을 더욱 고통스럽게 후벼 파고 있다. 세상과 작별하기 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창피하지만 남은 밥 좀 주오”였다.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의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32세의 나이로 요절한 것은 지난 달 29일.

최고은 작가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이웃의 증언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최씨는 “며칠 째 아무것도 못 먹었다.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달라”라는 쪽지를 남기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최씨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아왔지만 차기작이 불발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수 일째 굶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달빛요정은 ‘도토리 싫어’, 최고은 작가는 ‘남는밥좀’ 여기가 대한민국이 맞나?”, “고인의 쪽지내용이 너무 아프다”, “젊고 능력있는 예술인의 죽음이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도 최 작가의 안타까운 요절에 대해 개탄했다.

   
 
영화노조는 8일 성명서를 통해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병마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은 사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이웃에게 음식을 부탁하는 쪽지였다니 말문이 막히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누기 어려울 지경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고인의 죽음 뒤에는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고, 단지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쓰려하는 잔인한 대중문화산업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며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 씨의 죽음 역시 대중문화산업이 창작자는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거대 자본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것을 증언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은 작가는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뒤 ‘격정 소나타’로 아시아나국제 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진-영화 '격정소나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