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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어윤대發 근육통’ 언제까지?

대기업영업 부정적 시각·소매영업 이전투구와 ‘노조 반발’까지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09 16: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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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금융이 어윤대 지주회장 부임 이후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신한지주 등 주요 경쟁 금융그룹들이 모두 수장 자리를 둘러싸고 내홍 내지 노욕 논란 등 잡음을 겪고 있는 가운데 KB금융은 일찍이 이 문제를 매듭지어 상대적으로 수월한 재도약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영업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고 있다. ‘비만증 환자(어 회장은 KB를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하며 충격 요법을 사용했다)’에게 운동을 시키는 건 좋지만 자칫 근육통을 넘어서 근육파열로 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어윤대 회장 금융위기 이전 수준 탈환 ‘자신감’ 이면엔

어 회장은 국민은행의 올해 당기순이익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은행권 1위 자리 탈환을 자신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즉,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은행권 1등 가능성 등을 언급한 것.

하지만 이 같은 성적 회복 자신감 뒤에는 해결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오는 9월까지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어 회장은 KB금융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들을 상대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한 곳과 지분 교환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 스미토모은행(住友銀行)에 일부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하나금융의 중국 초상은행(招商銀行) 연대설 못지않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민은행 노조는 어윤대 회장의 무리한 행보에 대해 퇴진 요구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은 국민은행 본점 입구>
특히 상대적으로 금융 운영면에서 후진국인 중국에 금융노하우를 뺏기는 게 아니냐는 실질적 비판론의 대상이 되는 하나금융보다도 더욱 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이미 해외자본 대주주 참여를 경험하지 않은 금융회사가 오히려 드물지만, 국민 감정상 무리수를 두는 격이라는 전망이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외부 인사, 심하게 이야기하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어 회장의 의욕에 찬 구상에 직원들이 수족처럼 움직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노사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국민은행의 성과향상추진본부 신설에 대해 노조 등은 불만을 갖고 있다.

어 회장은 “이승엽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갔다 다시 1군으로 오지 않느냐. 그런 관점에서 봐 달라(숙명여대 락스타존 오픈식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고 간단히 해석하는 모양새지만, 노조가 희망퇴직에 이어 사실상의 상시 구조조정 본부를 두는 격이라면서 가처분 등 반발을 표면화해 쉽지 않은 길이 될 전망이다.

또 금융그룹 전체에서 절대적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인력 감축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부분이다. 회사에서 나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열사 사장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어 회장의 내심으로 읽히는데 “지주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은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한 방편으로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당근’까지 내놓고 있는데 KB만 역주행을 하는 게 옳으냐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당국은 임금피크제(정년연장형, 근로시간단축형과 함께 재고용형도 논의 중)에 대한 일부 지원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정년연장형은 기업이 근로자 임금을 50세 이후부터 감액하면서 56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임금 감소분 일부를 지원(연간 600만원 한도)하고, 근로시간 단축형은 중고령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피크 시점 대비 50% 이상 감소하는 경우 연간 300만원 한도에서 임금 감소분 일부를 지원한다.

재고용형은 사업장이 57세 이상인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감액하는 경우 최대 5년간 근로자에게 임금 감소분 일부를 지원한다.

이런 터에 성과향상추진본부의 배치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연령 차별로 입증되면 이 같은 구조조정 칼날 역시 멈출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09년 봄 이래 연령차별 철폐로 법구조가 강화됐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고령자 차별이라는 점만 입증되면 관련법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해 만든 락스타존.
◆이전투구식 광역도발, 영업전쟁에서 먹힐까?

어 회장 부임 후 KB는 특히 대기업영업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어 회장 본인이 이미 취임 이후 삼성을 제외하고 15개 주요 대기업 회장들을 모두 만났을 정도로 열의를 갖고 있으며, 소매금융에 강세를 띠어온 기본 속성도 한층 가열을 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소매금융에 주력해온 국민은행이 기업금융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은 물론 전적으로 옳다고는 볼 수 없다. 국책은행이었다 민영화의 길을 걷는 산업은행이 가계영업을 강화하고 나서는 등 금융시장 사정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금융에 강세를 보여온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으로 인수되느냐가 논의되고 있는 등 사정이 요동치고 있다. KB의 이 같은 구상이 모두 현실이 될 것으로 장밋빛 환상을 갖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신한금융 역시 은행장을 새로 임명하고 지주 회장에 대해 최종후보 4인을 추려내는 등 내부 문제 매듭 초읽기에 들어가 기업금융 시장이 무주공산으로 방치될 가능성은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가장 좋은 시기를 이미 놓쳤다는 것이다.

소매 금융면에서는 더욱 큰 부담이 남아있다. KB국민은행은 락스타존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젊은층을 일찍부터 국민은행 고객으로 만듦으로써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은 성장판이 이미 닫혔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소매금융면에서 KB국민은행 지점이 없는 곳이 오히려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학가를 기준으로 영업전을 펴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요 대학에 이미 입점을 마친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 등이 담장 밖에 새 점포를 연 이들의 공세를 방치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들 대학 내 입점 은행들은 ‘학생증 발행’ 등을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고객들을 KB국민은행이 끌어당기는 데 본질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어 회장 스스로도  “향후 3∼4년 간 수익이 나지는 않겠지만 ‘젊은 은행’ 이미지를 강화하고 미래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이라고 고백할 정도여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그의 강변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고 장래에는 ‘혹’이 되는 게 아니냐는 기우마저 사고 있다.

결국 어 회장과 KB는 존경받는 학자 출신, 오랜 역사를 가진 관록 있는 정통 금융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버리고 전선 확장에 나섰지만, 이미지 추락만 안고 지리멸렬한 소강 상황에 말려들 여지도 있어 보인다.

KB국민은행이 추진하려는 임금피크제 폐지와 구조조정 상시화 모두 노사 합의사안이지만 노조 집행부 교체시기를 이용해 기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논란 등은 효율 만능이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으로 이동하고 있는 평가 패턴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이런 이미지 변화가 시장에서 우호적인 판단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