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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위기의 CEO, 철학에서 길을 찾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09 14: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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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반쪽짜리 변법으로는 결코 강대국이 될 수 없습니다(중국CCTV 드라마 ‘대진제국’ 중 일부)!” 상앙과 진나라 효공이 ‘부국 강병’을 목표로 하는 ‘국가 경영’의 기본 틀을 짜는 과정을 다룬 중국 드라마에서 이같은 대사가 나온다. 이미 앞서나가는 선진국들을 이리저리 베끼는 ‘땜질식 개혁’으로는 최종적인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동양 대표 고전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진 효공이 품은 ‘철학’을 알아보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이런저런 떠보기를 했으며 결국 부흥의 토대를 닦았다는 바로 그 상앙이다.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은 왜 족벌 산속 경영을 하면서도 ‘왕자의 난’이 없는데 우리 나라 두산그룹은 왜 형제간 골육상쟁을 치러야 했을까? 거대한 자동차 기업 GM은 공룡처럼 무너졌는데 수세에 몰린 듯 했던 애플은 왜 세계적 전자기업으로 살아남았을까?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경영서적이 출간되면서 장안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직 기자 출신인 김진욱 저자가 써 내려간 화제의 신간 ‘위기의 CEO, 철학에서 길을 찾다’(도서출판 책이있는풍경, 12,500원)는 국내 굴지 기업 CEO들의 추천사와 함께 왜 철학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함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챙겨 읽는 신문 독자들이라면 국가의 흥망성쇠 뿐 아니라 기업들의 명멸에는 크기나 재산총액, 당장의 매출이 큰 변수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닐 것이다. 경영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발언이 그저 흰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경영이념보다는 실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집중해 왔다. 기업인들의(특히 창업주) 성공담과 창조적(임기응변적이라고도 혹평할 수 있는) 발상이며 뚝심이 경영의 전반인 것으로 알고 읽으며 열광해 왔다.

하지만 비자금으로 경영 토대를 쌓고 유지하는 삼성식 공법과 못 쓰는 대형선박으로 틀어막아 둑을 막겠다는 ‘정주영 공법’의 단순하고 임기응변적인 태도로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조류에 발맞추고 대외적으로 다국적 기업들과 떳떳하게 경쟁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재테크전문 주간지 ‘머니위크’ 김진욱 팀장은 이런 작금의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글로벌화나 정보화로 인해 갈수록 다양해지는 기업구성원들을 제대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절대적이고 올바른 경영철학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경제기자다.

경영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고와 행동은 혁명적으로 바뀌고 마침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완전히 다르게 바뀌게 되는 게 아니냐는 게 김 팀장의 물음이다. 철학이 없이 휘둘리면, 경쟁이 심화되고 환경이 급변하는 현 시대에서 경영자의 감각에만 의존하면, 그런 경영이란 외줄타기처럼 위험하다고 김 팀장은 생각, 책을 써 내려 갔다.

김 팀장은 주간지의 바쁜 마감 스케쥴에 1년 52주중 50주를 시달리는 와중에도 기업의 성장과 조직의 원활한 운영 과정과 그 사례들을 수집하고, 그 바탕에 CEO 자신은 끊임없이 쇄신해야 하되, 바탕에 철학을 깔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여러 철학 갈래 중에서 사변적이고 토론 문화가 발달한 그리스 철학을 특히 주안점을 두고 경영적 관점에서 고찰한 것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고 패턴이 현대 경영과 접목될 여지가 많고 시사점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경영자가 부하직원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질문경영’이 회사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아울러 합리주의 철학자의 대표주자인 플라톤을 통해서는 기업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상, 즉 사회 속의 기업위상과 미래를 향한 기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자기역할과 기본방향을 구체화한 ‘비전경영’을 습득하자고 김 팀장은 주장한다.

아울러, 현실주의를 주창한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이성과 경험, 그리고 의지가 가미된 ‘지식경영’으로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유명한 말로 변화의 중요성을 설파한 헤라클레이토스를 통해 우리는 무수히 변하는 기업 경영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변화경영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스티븐 잡스와 빌 게이츠 등 현대의 걸출한 경영 거목들을 그리스 철학과 접목해 사례를 들여다 본 점은 이 책이 아카데믹한 공론에 그치지 않고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배가시킨다.

눈앞에 닥친 급한 일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이 책에서 말하는 경영철학을 실천하면 그 어떤 위기상황에 놓여도 결국 그 위기를 뛰어넘어 장수기업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