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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GM’ 송두리째 바꾼 2년…‘일등본능’ 부활

[심층분석] 중국‧브라질‧러시아 등 신흥시장서 두자릿수 판매율 증가

신승영 기자 기자  2011.02.09 13: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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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GM의 ‘일등본능’이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4년 만에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한 GM의 행보에 완성차업체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산위기 극복과 글로벌 1위 등극 이후에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GM은 ‘아직 배가 고프다’며 외치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GM은 최근 2년 사이 지난 100년보다 더 많이 달려졌다고 자부한다. 우여곡절을 딛고 재도약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GM의 달라진 면모를 살펴봤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

GM은 지난 2009년 미국 정부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인한 미국 내수 시장의 위축이었지만, 당시 GM은 근본적인 기업경쟁력을 이미 상실한 상태였다.

과거 GM은 세계시장은 물론 미국 내 자국시장에서도 일본 브랜드들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제품력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다. ‘친환경·고연비’란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했으며, 고질적인 노조문제도 비용 상승에 한몫을 했다. 자체적인 노력보다는 미 정부의 통상압력이나 소비자 애국심 등으로 판매고를 유지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의식이 결여된 GM을 비판했고, 파산보호 신청에 “또 다시 정부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는 질타를 쏟아냈다. 그러나 불과 한 두해 만에 GM은 지난 100년보다 더 많은 것이 달라졌다. GM의 생존을 위한 변화는 치열해지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브랜드·제품·조직 등 모두 다운사이징

지난달 개최된 ‘2011 북미국제오토쇼’에서 GM은 쉐보레 소닉(한국명: 아베오)과 뷰익 베라노 등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이는 기존 GM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전 GM은 로컬 법인들이 소형차 개발 및 생산을 주도했고, 미국 현지에서는 일본차들에게 시장점유율을 잃으면서도 대형차와 픽업트럭에 주력했다.

시장이 변하는 것을 두고만 보던 GM은 당연히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생존을 위한 ‘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먼저, 조직과 인력, 생산 및 사무 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어 시보레·뷰익·GMC·캐딜락·허머·사브·새턴·폰티악 등 8개나 되던 브랜드 수를 절반으로 줄이며, 선택과 집중의 모습을 보였다. 또, GM대우나 오펠 등 로컬 법인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형차 및 최신 엔진 개발에 몰두했다.

더욱이 GM은 지난해 재고물량까지 대부분 소진하며,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춘 생산 탄력까지 갖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GM, 안방 롤 모델은 ‘현대차’

체질개선에 성공한 GM은 안방에서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경쟁자들의 앞선 모든 점들을 벤치마킹할 기세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시장규모 1위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지만, 선도시장으로서 숫자 이상의 중요성을 내포한 곳이다.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글로벌 오토메이커들이 치열한 판매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현지 언론 및 평가기관으로부터 제품과 브랜드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50만대 이상 판매한 완성차업체 중 현대차(브랜드 23.7% · 그룹 21.7%)만이 20% 이상 판매증가세를 기록했다. GM은 급격한 현대차 성장세를 견제하고 자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차 미국법인 임원들 영입에 나섰다.

GM은 2010년 현대차 미국법인 마케팅 부사장을 맡던 조엘 에와닉(Joel Ewanick)과 그 후임인 크리스 페리(Chris Perry)를 차례로 스카웃했다. 이들은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과 슈퍼볼·아카데미 등 대형광고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몇 단계 상승시킨 인물들이다.

GM은 지난 12월 조엘 에와닉을 GM 글로벌 마케팅 최고책임자(CMO)로 승진시켰고, 크리스 페리는 핵심 브랜드인 쉐보레 마케팅부문 부사장으로 중용하고 있다.

2011년에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주도해온 미국연구소(HATCI) 필립 잭(Phillip Zak) 수석 디자이너가 GM으로 이직, 아직 인재 쟁탈전이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이제 GM의 주력시장은 ‘이멀징 마켓’

   
새로운 GM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대니얼 F. 애커슨(Daniel F. Akerson) CEO.

미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GM은 세계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에서 경쟁자들 보다 한발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GM의 다니엘 애커슨(Daniel Akerson) 회장은 “우리는 2011년과 2012년, 2013년 남미와 아시아에서 강한 포지션을 유지하거나 진전을 만들겠다”며 “신흥시장은 GM이 선도적인 위치를 지키기 위한 미래의 핵심이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GM은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 시장에서 모두 두 자릿수 판매증가율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달성했다. 특히, 200만대가 판매된 중국은 GM그룹 내 제 1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외 잠재적 최대 시장인 인도에서 올해 양산형 디젤세단(GM 최초)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까지 현지 시장점유율을 2배까지 늘린다는 입장이다.

GM 글로벌 신차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 아벨슨(mike abelson)은 “이미 북미, 아시아, 유럽 등에서 판매되는 차량들은 동일한 베이스를 공유하고 있다”며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차량은 세계 어디서나 판매가 가능한 모델로 표준기지 한곳에서 설계하고 제조 단순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