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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조종사 불법파견 왕국인가?

역차별로 국내 조종사 불만 증폭…인력수급 차질도 우려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2.09 11: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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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이 A380 도입을 기점으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혀 화제다. 이러한 일자리 창출로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 또한 있는 법인가. 지난 4개월 동안 10번 이상의 결함을 보여 안전관리에 빨간 불이 들어와 논란이 일고 있던 대한항공은 정작 안전 운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종사 확보 문제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 불법 파견’이라는 또 다른 난관에 직면했다. 이는 고용 등 여러 지표에서 종합적으로 발전,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기여하면서도 이윤을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대한항공이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일자리 확대를 기반으로 실업난 해소와 함께 올해 A380과 B787 차세대 항공기 도입 등 회사의 장기 성장 전략에 따른 사업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상반기 신입 공개 규모를 최대 1200여명을 선발한다. 또 지난 1월24일부터 국제선 인턴 객실 남승무원을 공개 채용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움직임은 조양호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기업의 사회적 공헌 약속과도 맞아 떨어지고 있어 역시 ‘명품항공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초호화 항공기 A380 도입으로 상반기 최대 1200명까지 채용하는 대한항공은 승무원 채용전형에 최종 합격하면 인턴 승무원으로 2년간 근무하게 되며 계약 기간 종료 후 근무 성적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 사이에 불법적인 행동이 포착됐다. 외국인 조종사 채용에 있어서 금지된 파견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논란에 불이 붙은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지난해 회사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발이 접수된 상태로, 특별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들을 중심으로 면밀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이 난무하는 고공비행

‘외국인 조종사 불법 파견’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을 불법파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파견사업주가 외국업체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검찰 결정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후 2006년 노동부는 파견법 위반에 대해 개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통과됐다.

시간이 흘러 2009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대한항공이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 외국인 조종사를 불법으로 파견 받아 수년간 사용한 것을 지적해 이 문제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에 따르면, 외국인 조종사는 파견사업주와 5년 단위의 계약을 체결한 후 대한항공으로 파견돼 항공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가 수년동안 외국인 조종사를 불법파견받아 항공 업무에 종사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5조에 의해 파견허용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항공업계와 관련해 파견업무는 금지돼 있다. 또 동법 6조에 명시된 파견기간에 있어 최대 2년(연장기간 포함)까지 가능하지만 이 기간을 초과하는 경우 사용사업자는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문제도 발생한다.

지난해 말 다시 한 번 고발된 대한항공은 1월초부터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노동부 담당자가 변경이 되면서 아직까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외파 구렁이 담넘듯 유입되자 불만 팽창하는 국내 조종사들

조종사 노조에는 이에 대한 불만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불법파견 근로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비행 안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역차별로 인해 국내 조종사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또 국내 조종사들이 이와 같은 상황으로 다른 회사로 눈을 돌릴 가능성에 대한 성급한 언급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201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조종사 2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도 은퇴조종사와 항공기 수요 증가로 인해 향후 15년 동안 매달 800여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는 등 인력수급문제에 있어 해결이 절실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이처럼 불법적으로 파견 조종사를 사용하는 ‘땜질식’ 구성으로 법규 위반 논란은 물론이려니와, 조종사 장기적 수급 확보를 통한 안정성 유지 및 제고라는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사회공헌 속성 ‘훈련원’ 육성 버리고 값싼 파견으로 떼운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파견 조종사 문제로 비판을 받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 그간 조종사 입직 경로로는 항공대 출신(한진그룹은 인하대 외에도 항공대의 재단을 맡고 있다)과 공사를 나와 공군 조종사로 일한 뒤 입사하는 경우 등이 주축이 돼 왔다. 또 하나의 조종사 출신 성분이라면 ‘항공훈련원’이 꼽혔다.

대한항공은 두 정규 엘리트 코스 외에도 훈련생을 받아 15년 자사 근무라는 조건을 붙이는 대신 훈련비 지원을 해 주는 방법으로 제주도 비행훈련원을 운영해 왔다. 이 제도는 이후에도 지속돼 왔지만, 근래 폐지됐다. 수지가 맞지 않으므로 외국인 항공인력을 스카웃해 충당하겠다는 뜻 아니겠냐는 풀이가 당시 제기됐었다.

실제로 이같이 사회인들이 진로를 재수정할 수 있게끔 돕는 일종의 장학생 제도를 폐지하고 택한 길이 그나마도 ‘불법’ 파견이었다면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한편, 대한항공 홍보담당자는 이 조종사 파견근무의 불법 논란 문제와 관련한 기자의 문의에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불법파견에 대한 취재 자체를 거북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