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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호황 불안한 열기, 거품 걷어낼 방법은?

2010년 증시호황 덕 최대규모…‘주가산정’ 갈등 해결법 마련 초점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08 08: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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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공개에 눈길과 돈이 쏠린 한 해였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에서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이 전년비 178%나 증가한  9조4226억원(96개사)에 달했다. 이는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종전 최고 규모는 1999년 3조8422억원이었다. 청약 증거금은 99조6529억원으로 140.2% 증가했고, 청약자 수도 83만8405명으로 53.3%가 증가(각 전년대비 기준)했다.

하지만, 이들 새내기주의 상장 후 평균 주가수익률은 상장 첫날 20.1%를 보인 뒤 2주 후에는 16.0%, 4주 후에는 11.3%로 각각 낮아졌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이는 전년에 신규 상장된 종목들의 4주 후 평균수익률이 44.1%였던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빠른 수익감소세다.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증시로

이는 지난해 신규 상장주가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것은 2009년과 시장 상황이 다르고, 공모가 자체도 다소 높게 책정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해 이래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이 몰린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동자금이 갈 곳을 잃고 급하게 움직이면서 IPO 관련 주가 급변 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011년 1월말 현재 15조1555억원으로 3년래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장외주식에 대한 과도한 열기 또한 IPO에 앞서 유망주를 선점해 보려는 투자열기의 방증으로 읽힌다.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했던 국내 스크린골프 1위 업체 골프존이 5만원선이던 장외가격이 두 배를 넘는 11만원으로 급등한 바 있고, 삼성SDS도 9월 이후 11% 오르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이런 주가 변동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 스스로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고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사상 최고 자금조달액 기록이 나오는 등 2010년에 IPO 시장에 큰 관심이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10년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삼성생명의 본사 사옥.
일례로, 삼성생명은 국세청과 지난 2004~2005년 LG카드에 대한 출자전환 과정에서 주식 시가를 낮게 산정했다는 다툼으로 인해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주가 산전을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주된 이유는 △당시 일반적 거래가 아닌 출자전환으로 주식처분이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가치가 반영된 주가가 아니라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적 주가가 형성됐기 때문에 거래소 종가를 시가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즉, IPO를 앞둔 것으로 믿어지는 기업에 대한 거품을 해당 기업 스스로도 상당 부분 공공연히 인정(과세표준을 줄이기 위한 아전인수라고 하더라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 국세심판원 케이스의 행간을 읽어볼 수 있다.

◆IPO 공모가 거품 어떻게 뺄 것인가?

시장움직임에 따라 공모가가 들쭉날쭉한 IPO관련 제도가 손질될 필요성은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공모가 과다책정, 불투명한 산정과정 등은 물론 주관사의 경쟁과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는 이전부터 있어 왔으나 해결이 요원했다.

다행히 금융위원회가 1월 ‘IPO 관련 인수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학계와 증권업계 등 의견을 반영하고 나서 제도 개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8월 IPO 관련 TF도 당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바 있어, 이번 공청회 이후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공청회 등을 통해 지금까지 언급된  IPO 관련 개선 구상을 살펴보면, 크게 공모가적정성과 기업실사(Due-Diligence) 과정에 대한 견제 강화, 인수제도개선 등을 특기할 수 있다. 인수사 이해관계인의 수요예측참여 배제, 과도한 높은(낮은) 수요예측 참여가격을 공모가 산정 때 배제하는 안 등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모주의 가치분석결과를 투자자가 쉽게 알도록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방안의 도입 여부다. 비교가치법으로 평가한 경우 본질가치법에 의한 자산가치평가결과도 비교해 공시하면 그만큼 ‘거품’이 낄 여지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IPO와 관련해서 가격의 산정에 대해서는 증권가와 해당 기업조차도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2009년 10월, 동양생명은 상장 첫날 주가 하락으로 곤욕을 치르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냈다.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동양생명 보고서에 결정적인 수치상의 오류가 발견됐다는 주장인데, 동양생명은 ‘주가 내재가치비율(P/EV)’이 잘못 산출됐다고 주장했으며 따지고 보면 공모가 산정 단추를 어떻게 뀄느냐에 대한 논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2010년도 IPO 최대어로 꼽혔으나 현재 근근이 10만원대 중반을 기록 중인 삼성생명의 경우도 주가 판정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는 IPO 관련 관리 개혁의 방안들만으로는 불충분하겠으나, 최소한 상장 뒤 1년도 안돼 관리종목에 편입되는 등의 블랙코미디는 사라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