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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내레이션 출연 좌절…누리꾼·노조 ‘KBS’ 한 목소리 맹비난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2.07 21: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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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현의 내레이션 출연이 좌절됐다.
[프라임경제] 가수 윤도현의 KBS 1TV ‘시사기획 KBS10’ 내레이션 출연이 무산,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본부)는 7일 “윤도현이 오는 8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시사기획 KBS10’ 인권위 10년, 낮은 곳을 향하여의 내레이션을 맡기로 예정됐으나  KBS 제작 책임자들의 반발로 윤도현의 내레이션 참여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KBS 본부 측 관계자는 “윤도현이 인권위원회 홍보대사인 만큼 인권위 관련 프로그램 내레이션에 적임자”라면서 “그러나 사측은 윤도현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 부적절하다고 불허했다”고 KBS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KBS는 개그우먼 김미화에 이어, 가수 윤도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란에 또다시 휩싸였다.

KBS 본부는 성명을 통해 “제작진이 윤도현을 섭외했으나 사측 제작책임자들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면서 “사측은 윤씨가 시사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적이 없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불가를 고집했지만 윤씨는 방송 진행의 베테랑이자 그간 다수의 다큐에서 내레이션을 맡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윤도현이 내레이션을 맡지 않는 이유는 프로그램 담당자와 데스크 등 제작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들은 KBS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그러면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구동성으로 “윤도현이 지난 노무현 정권의 사람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에 가까운 KBS가 프로그램 출연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다” “단순히 목소리 출연에도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데 노무현 정권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겠느냐” 등 의견을 온라인 게시판에 남기고 있다.

사진=윤도현 공식홈페이지

다음은 KBS 본부 성명 전문

또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하는가?

김미화 씨와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쓸데없는 곤욕을 치른 사측이 또 다시 소모적인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내일(8일) 밤 방송예정인 <시사기획 KBS10> '국가인권위‘ 편에서 당초 윤도현(가수) 씨가 내레이션을 맡기로 섭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측 제작책임자들이 완강히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제작 실무진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에서 윤도현 씨를 내레이터로 섭외한 것은 윤 씨가 마침 ‘인권위원회 홍보대사’인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홍보대사가 직접 ‘인권위원회’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아준다면 프로그램의 취지나 시청자에 대한 효과 면에서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측은 윤도현 씨가 ‘내레이터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고, 특히 시사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적이 없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불가를 고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방송 관계자라면 누구나 안다.

윤도현 씨는 KBS에서 다수의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한 적이 있는 베테랑 진행자다. 또한 KBS와 MBC, SBS 등에서 다수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은 적이 있다. 이 가운데는 '탈북청소년 문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시사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사측이 윤 씨의 내레이션을 기를 쓰면서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윤 씨에 대한 거부는 윤 씨가 평소 사회 참여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이른바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점과 이른바 지난 정권의 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선입관’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추측은 윤 씨에 대한 섭외가 이미 끝나고 ‘종편’과 ‘더빙’ 작업만을 남긴 시점에 뒤늦게 사측 제작 간부들이 부랴부랴 반대를 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확신을 갖게 한다. 담당 부장과 국장은 그동안 제작자로부터 윤 씨를 내레이터로 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제작자는 담당 팀장을 통해 수차례 보고했음을 제작자와 주변 사람을 통해 확인했다. 

KBS는 이미 지난해 여름, 김미화 씨와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쟁을 벌이며 고소, 고발까지 가는 쓸데없는 소모전을 치른 바 있다. 특정인에 대한 방송 불가를 주장하려면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합리적인 이유를 내놓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제작 자율성을 위해서라도 실무진의 판단과 결정을 함부로 뭉개서는 안된다. 제작진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방송 불가 사유에 대해 당사자인 윤도현 씨가, 그리고 시청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불을 보듯 뻔한 ‘블랙리스트’ 논란을 사측은 또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이래놓고도 정말 KBS에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11년 2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