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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 같지만 다른 CEO 인선 해법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31 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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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디인지는 몰라도 강만수는 하여튼 금융지주 회장이 된다?

근래 4대 금융지주의 MB 인사 독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강부자, 고려대 라인, 시청라인 등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 등에 대해 정치권 및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가운데 새해 금융권 인사에도 적용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해 고려대 총장 출신인 어윤대씨의 KB금융 회장에 임명됐고, 유사한 사례가 앞으로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출은 각각 2월 그리고 3월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금융에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카드가 사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해석도 드물게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MB파 대 MB파의 대결보다는 김 회장 연임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처럼 회장단에 대한 잡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세간의 관심를 끌고 있다.

   
두 곳의 금융그룹 수장의 교체 시기가 강만수 전 장관의 퇴임 2년이 지나는 즉, 퇴직 후 유관 기업 재취업 제한 기간과 비슷한 시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정치권 낙하산 견제 ‘신한지주’

신한지주는 신한은행의 신임 행장에 서진원 전 신한생명 사장을 임명함으로서 풍부한 인력자원의 풀(pool)을 과시한 바 있다. 지주 회장 후보 중 하나로 언급되는 이인호씨보다 고령이나 오히려 경력면에서 밀리는 서 행장을 발탁함으로써, 신한금융그룹은 재일본 주주들이 ‘서진원 이상’이 충족되지 않는 인력이 낙하산으로 오는 경우 비토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에 어느 정도 밀려났던 인사라도 언제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유능한 인재의 재발견 논의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여기에 서강학파로 분류되는 경제학자들의 적통을 있는 서강대 김병주 명예교수가 함께 지주 회장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도 ‘강만수 낙하산 시나리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수로 오래 일한 데다 은행평가위원회에서 위원장까지 지낸 학식과 관료적 자질을 모두 높게 평가받은 인물이 강만수 킬러로 부각되고 있는 셈.

더욱이 이렇게 쟁쟁한 인물인 동시에 “당국이 전화로 은행장들에게 압박을 준다. 은행장들은 이걸 다 녹취해라”라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할 정도로 반관치금융의 성향을 두드러지게 보인 바도 있다는 점도 이야깃거리다.

이런 인사가 후보군에 있다는 점이 자꾸 흘러나오는 자체가 신한의 주요 주주들이 신한의 인사 문제에 ‘불합리성 원천 차단’이라는 신호를 분명히 당국에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경우는 좀 다르다. 지난 해 초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임원 대부분을 유임시켰던 하나금융은(2010년 1월 5일 인사에서 하나은행은 부행장보 이상 임원 21명을 전원 유임시켰으며 본부장 33명 중에는 2명이 물러나고 7명이 새로 임명됐음), 그러나 불과 만 1년이 못 되어 가계와 기업금융을 모두 강화한다는 구상 하에 부행장 3명, 부행장보 4명 등을 영업통으로 채우는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인력층으로는 장차 하나은행이 받아들여야 하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상황 등을 떠받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풀이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조직이 확장되어 온 과정은 신한과 하나가 유사하나, 아직 하나금융지주, 좁게는 하나은행쪽이 인적자원 면에서 활성화(나쁘게 말하면 불안정성) 중이라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김승유-김종열-김정태’로 이어지는 현재의 고위층 구조에서 변화를 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오히려 김 회장이 교체되는 가능성보다 하나금융지주 김종열 사장이나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포스트 김승유 시대’ 준비라는 부분에서 오히려 교체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는 부분이다.

◆ MB정권 후반기 낙하산 인사 ‘손사래’

신한지주는 서치펌(헤드헌칭 업체) 두 곳에 신한금융그룹 내외를 막론하고 회장감을 찾도록 의뢰해 명단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신한을 강타한 급격한 상황에 대한 후속 대책 매뉴얼이 딱히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도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사고 있다.

‘라응찬 사람’으로 거론되어 온 류시열 회장 대행이 의외로 강단 있게 중심을 잡아 잡음이 빨리 잦아든 점 등이 주효했다는 풀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에서는 현재 회장 임기 만료 이후 준비 문제로 논의가 급히 진행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잡음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고위층 임명에 내부 규준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금융당국이 당초 시중 금융지주들에 권고한 것이기는 하나 그 내용면에서 2년 임기, 만 70세 정년을 넣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즉 김 회장이 한 번 더 연임을 하면 정권이 끝나는 시기에 정확히 이 두 기준을 채우면서 물러나게 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상이 ‘강만수 견제구’로까지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매번 정권에 몸담은 인사들 중 중간급 관직을 지낸 이들은 정권의 힘이 떨어지기 전에 다른 곳에 둥지를 틀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4년차 증후군’이라고 한다. 주요 기관 감사 등의 임기를 딱 맞추기에도 이 무렵에 움직이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미 장관까지 지낸’ 인사가 이렇게 같이 움직이기엔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강 전 장관이 하나금융에 지주 회장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청와대 행정관 정도가 2년짜리 감사 정도를 해 보겠다고 공기업에 기웃거리는 일명 4년차 증후군을 강 전 장관이 앓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살 일을 강 전 장관이 지금 벌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과 신한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문제는, 여러 난제가 많은 2011년 금융계 상황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드라마틱한 주제로 서로 다른 매력을 뿜으면서 세인들의 눈과 귀를 서로 다르게 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