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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원에겐 출산·육아·가정돌보기 꿈은 사치

하나금융은 '워킹맘'배려기업 PR…은행일선은 '애낳고키우지 못할 분위기'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29 12: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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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의 사회공헌 노력에 그룹 산하 금융기관인 하나은행이 먹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일명 '워킹맘'을 위한 지원에 나서 2003년부터 민간어린이집인 '푸르니어린이집'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공익광고(2008년)은 좋은 광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광고의 모델은 임신부의 고통을 잘 모르는 '아가씨'였는데 광고가 담아내고자 하는 바를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2008년 전파를 탄 하나금융그룹의 공익광고 '워킹맘'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공감을 얻었으며, 2009년 3월에는 한국광고주협회의 '제17회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전파 부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정작 자신의 직원(행원)들에 대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 출산 7개월 이후에만 육아휴직해라?

하나은행 직원들 사이에는 출산휴가 괴담이 퍼졌던 적이 있다.

임신부라 해도 질병이 있다는 병원 발행 증명을 내지 못하면 임신 7개월 이후에 휴가를 쓰도록 한다는 것. 

이에 따라 행원들은 노조를 통해 "말도 안 되는 규정 변경이다"라며 불만을 나타내는 등 술렁임이 일었고, 여행원들이 특히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행원들이 금융노조 등 외부에 문의한 결과 문제가 있다는 답을 적잖이 얻어냈고, 이것이 상부로 전달이 되었다는 정보도 있다.
   
하나은행 노조원들은 7개월 이후 임신부만 휴직 신청이 가능하도록 육아휴직제도가 바뀐 점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바쁜 은행원의 삶, 간만에 아이들 돌볼 수 있는 '가정의 날'인데…死文化

한편 하나은행은 행원들에게 집에 일찍 귀가, 가정을 돌볼 수 있는 '가정의 날' 제도를 두었지만, 관리를 제대로 못해 지지부진한 정책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매월 1,3번째 수요일에 오후 5시30분 퇴근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이는 일선 지점에 근무하는 행원들이 은행 업무 시간(고객 응대 시간, 영업시간) 이후에도 정산 등으로 퇴근이 극히 늦는 직종이라는 점을 배려한 조치로 읽힌다. 육아 등에 소홀해 시모나 친정 어머니, 혹은 보육원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여행원들을 특히 배려하는 제도이나, 남행원도 아이들과 부인을 배려할 수 있는 황금 시간으로 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직원 애로사항을 잘 짚어낸 조치인 동시에, 양성 지향성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차라리 없으면 마음이나 안 상하련만 '사문화'된 가정의 날은 오히려 직장에 대한 불만거리를 새로 만들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에도 불구, 실상 일선에서는 사문화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 일찍부터 나왔다.

행원들은 지점장들이 (예정에도 없던 지점장급) 워크숍에 가져갈 자료 등을 만들기 위해 가정의 날을 무시하고 동원되는가 하면, 실상 가정의 날이 잘 안 지켜진다는 심각한 항의가 노조에도 여러 경로로 인지되자 노조가 실태 조사를 하는 등 잡음이 일어났고 결국 전형적 용두사미 정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조사비 차별도 애낳기 힘든 상황 부추긴다 지적당해

근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는 하나은행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경조사비 차별 문제에 대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1월부터 두 달 동안 실시한 '다시는 취업하고 싶지 않은 은행' 을 뽑는 금융비정규직카페 투표에서 농협과 하나은행이 1, 2위를 하자 그동안 자체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하나은행을 지목, 1차적 공격 상대로 삼았다.

비정규직지부에서는 하나은행 경조금 차별 문제에 대해, 본인결혼축하금이 정규직은 100만원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50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또 본인(배우자)출산에 대해 정규직은 80만원을 지급하는 반면 비정규직은 아예 지급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비정규직지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7년 장례비지급제도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말라는 유사한 결정(2007.11.20. 06진차272 결정)을 한 사실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하나은행이 이렇게 제소당한 와중에 비정규직지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저출산의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공세까지 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위치가 낮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각종 문제에서 차별을 당해 심리적 압박을 느끼면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같은 점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주장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하나금융그룹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현상이라는 점에 주목, 문제 해소를 위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은행 덕에 효과는 커녕 체면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의 사회봉사 활동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2007년 노인요양시설 건립 당시 연설)"는 등 저출산 등 사회 현안에 혜안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김 회장의 이같은 순수한 비젼 제시와 공헌 노력 이면에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이 실상은 반대되는 정책들을 펴고 있는 모순 상황은 자칫 '양두구육 하나금융, 구밀복검 김승유·김정태'라는 식의 비판과 소비자 외면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