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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명보험사 주변 떠도는 별별 루머

박지영 기자 기자  2011.01.28 17: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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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장작불로 밥을 해먹던 시절, 시골에선 이웃집 형편을 빤히 알았다.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면 그 집 살림을 쉽게 가늠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 시절 굴뚝은 그렇게 기교하나 없이 참 정직했다.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 않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더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일단 무슨 일이든 생겼다하면 꽤 그럴 듯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확대 재생산되기 일쑤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배꼽아래 19금루머’로 곤혹 

지난해 11월, 일명 ‘여의도 찌라시’라고 불리는 사설정보지에 삼성생명을 둘러싼 19금 악성루머가 버젓이 실렸다. 소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성추행설’이다. 삼성생명 임원 3명이 한 여성설계사를 성추행해 회사에서 모두 짤렸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둘째는 ‘간통설’로 수위가 한층 더 높다. 삼성생명 모 감사실장이 자신의 비서와 무려 3년간 내연관계에 있으면서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위 풍문이 사실과 일정부분 다르다는 데 있다. 구랍 9일 오전 11시 서울 강북 한 커피숍에서 본 사건과 다소 관련이 있는 삼성생명 설계사를 만나 얘길 나눴다.

“이 사건이 이제와 왜 불거졌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꽤나 시끄러웠죠. 위에서 입단속 시키긴 했는데 그런다고 어디 묻힐 이야긴가요. 지난(2010년) 10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성생명강북지점 ㅇ단장(부장급)이 갑자기 회사를 관두면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청주지점장이었다가 실적이 좋아서 서울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거든요. 새로온 단장 또한 ㅇ단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그만두게 됐다고 했죠. 확인해봤더니 청주지점장 시절 그곳 여설계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고 하더라고요. 유부남에 처자식도 있는 ㅇ단장이 젊은 여설계사랑 눈이 맞은 거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여자 쪽 친오빠가 삼성생명 본사로 찾아와 한바탕 난리를 쳤다고 해요. 아마 그 오빠가 조폭이나 건달정도 된다죠. 그 바람에 일이 커졌고 결국 ㅇ단장이 회사서 쫓겨난 거예요.” 

이 설계사 말에 따르면, 본 사건은 찌라시 내용처럼 ‘성추행’도 ‘성폭행’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사내불륜’ 정도 되겠다. 이처럼 확대 재생산된 루머는 또 있다. 바로 대한생명 ‘미혼모, 애 엄마 둔갑’ 사건이다.

◆다섯살 남아 둔 미혼녀 사연

결혼도 안한 처녀가 누군가의 실수로 하루아침에 다섯 살 배기 남자아이의 엄마가 됐다면? 믿기지 않는 황당한 사건이 실제 대한생명 내에서 일어났다.

1년 전 대한생명 종신보험상품에 가입한 오 모씨. 무심히 보험증서를 재발급 받기 위해 보험사를 방문한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 석 자는 물론 일면식조차 없는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전산상에 자신의 ‘자녀’로 등록돼 있었던 까닭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쌩판 남’인 이 아이가 계속 오씨의 ‘수익금수령자’로 남아있었을 판이었다.

이 황당한 사건은 이내 담당설계사의 단순실수로 밝혀졌다. 전산프로그램에 오씨의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뒤다. 실무자의 사과로 끝난 이번 사건이 업계를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이 사건은 “평소 오씨의 직장상사와 친분이 있던 한 대한생명 설계사가 ‘처녀인척 하는 오씨가 사실은 다섯 살짜리 아들을 둔 유부녀’라고 소문을 퍼트려 피해자 오씨가 직장내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부풀려진 상태다.           

‘~카더라’식 통신이 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검증 없이 무작정 받아들이는 데 있다. 듣고 말면 그나마 양반이다. 그중 일부는 기존 소문에 쉽게 말을 보태어 옮기기 일쑤다. 그 옛날 ‘아궁이’와 ‘굴뚝’이 그리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