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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항공 잔칫날에 또 기체 결함

조양호 한진회장 “대한항공 질적 성장” 얘기중에 속도감지계 결함 운항지연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1.28 1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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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잦은 정비불량으로 안전불감증 지적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에서 최근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7일 인천시 운서동 하얏트리젠시인천에서 열린 ‘2011년 대한항공 임원세미나’. 이 자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경영 실적이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자만하지 말고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대한항공의 현장’에선 작은 사고 하나가 터졌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항공기가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정비불량 때문이었고, 이륙은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번엔 속도감지계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지난 1월18일과 연말에 터졌던 12시간 이상짜리 지연 사고에 비하면 별 것 아닌(?) 결함일테지만, 정비 결함으로 인한 운항시간 지연 사태 기록이 ‘110일 동안 무려 10번’으로 갈아치워진 순간이었다. 

자사의 이 같은 정비불량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조 회장은 이날 임원세미나에서 “양적으로 전 세계 항공사 10위권 진입은 의미가 없다”며 “질적으로 10위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적으로 진짜 타보고 싶으며, 탈 만한 항공사가 되는 것이 진짜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누누이 강조한 “질적으로 진짜 타보고 싶은 항공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안전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야 한다. 아무리 초호화 기종을 많이 보유한단들, 안전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개선이 없는 항공사에게 미래가 있을 순 없다. 양 보다는 질 향상을 통해 세계 10위권에 진입을 하겠다던 조 회장 당찬 포부가 전혀 와 닿지 않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사상 최대 매출’과 ‘잦은 안전사고’, 이 상반된 현상이 요즘 서로 맞닿아 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만도 하다. 지난해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교체해야 할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고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운항을 강행했다. 조 회장은 이런 대한항공을 상대로 ‘질적 향상’을 요구한 것일 테다.

조 회장은 세미나에서 “실적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지만, 자만감으로 변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자랑스러운 태극마크를 붙인 채 전세계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기업이 한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정비불량으로 망신살을 당하고 있는 소식을 접하면, 참으로 민망하다. 대한항공은 “결함은 정비 과정에서 늘 있는 일”이라고 태연하게 대응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들의 이런 느긋한 태도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조 회장은 ‘현장경영’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조 회장은 “임원은 앉아서 보고만 받아서는 안 되며, 현장에 나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해결하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임원들은 자사 회장의 이런 주문을 귓등으로 듣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고객에게는 ‘대한항공의 실적’보다 ‘안전 정비시스템’이 천번만번 더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왔다. 최대 실적을 자축하는 날, 하필 항공기 속도감지계가 고장이 났다. 돈 많이 버는 속도가 빠르다고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대한항공에 더 이상의 결함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