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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은행 락스타존, TTL존 타산지석 삼아야

전남주 기자 기자  2011.01.27 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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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자 입장에서 이윤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품이나 사업부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미래고객과 미래가치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손익을 떠나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주 숙명여대와 이화여대 정문 근처에 젊은 층을 위한 ‘락(樂)스타(star) 존(Zone)’을 열었다. ‘은행을 즐겨라’라는 슬로건으로 만들어진 국민은행 락스타존은 금융서비스는 물론 세미나룸, 미니카페, 인터넷사용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락스타존은 젊은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맞춤식 금융상품도 설계했다. 그리고 27일 전국적으로 24개의 락스타존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국민은행은 오는 2월말까지 총 42개의 지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분명히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기자가 알기로는 몇 년전에 대학가 주변으로 한 마케팅 기획안이 나왔지만 수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사장됐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금융산업 환경에서 미래고객을 확보하면서 기업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곳에 가면 기존에 간직하고 있던 은행이라는 개념을 파괴한 흔적이 엿보인다. 30대의 해당학교 출신 지점장, 청바지와 같은 부담되지 않는 복장 그리고 국민은행의 로고는 찾기 힘들고 해당 대학의 이미지를 전진배치했다. 철저한 고객 중심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은행하면 떠오르는 ‘보수적인’, ‘변하기 힘든 조직’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새롭고 과감한 시도다.

국민은행은 락스타존에서만 앞으로 5년간 약 1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를 하는 김에 새로운 실험도 병행하기로 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락스타존의 키워드를 미래금융의 ‘테스트베드 역할’로 압축했다. 이같은 ‘통큰 투자’의 배경에 깔린 ‘야심’을 굳이 숨기지 않은 것이다. 어 회장은 “앞으로 5년 후에 생길 수 있는 스마트폰 뱅크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42개 지점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여러 가지 니즈와 문제점을 파악해서 공격적인 미래 금융산업의 역할을 락스타존에서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시작은 좋았음에도, 이같은 투자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시작도 않느니만 못하다.

   
전남주 기자
SK텔레콤은 지난 99년 7월 TTL서비스 출시와 함께 TTL존을 오픈했다. 이 장소 또한 커피와 음료를 즐기면서 영화감상 및 인터넷 이용이 가능했다. 뒤이어 KTF(현 KT)도 나지트라는 고객 편의를 위한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체험매장이 적자가 지속된다는 결정을 내리고 폐쇄했던 것으로 안다. 이 문제로 인해 고객들이 해당 기업에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락스타존을 만든 국민은행이 적자가 지속된다는 이유로, 고객 유치가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이러한 정책방향이 단발성에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고객지향적인 움직임과 미래금융을 실험한다는 의미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