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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치기반서비스 규제완화…잃는 것은?

이욱희 기자 기자  2011.01.27 10: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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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남자가 정신을 차려보니 황량한 벌판이다. 남자는 어리둥절하다. 왜 여기 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때 남자는 스마트폰을 꺼낸다. 위치기반서비스(RBS)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이런 상황에 예전에는 해나 별자리를 보고 방향이나 길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는 물론, 다른 사람의 위치까지 손쉽게 알 수 있게 됐다. 바로 사람이나 사물의 위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해 활용하는 RBS 기능 때문이다.

기자는 최근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기업인 S회사 기자간담회에서 RBS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RBS와 연계된 SNS가 속속 출시되고,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RBS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는 지난해 화제가 됐던 RBS ‘오빠 믿지’ 애플리케이션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유용하다. 단순히 연인 사이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넘어, 자녀들의 안전을 중시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단비 같은 애플리케이션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도 빠르게 ‘분실폰’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 배포 등을 통해 범죄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도둑은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스토커질’ 하기도 손 쉬워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악용될 수 있는 예는 무궁무진하다.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믿음’의 상실이다. 연인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부모는 자식을 감시하는 등 믿음은 무너져 ‘집착’이라는 또 하나의 문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늘 상대가 어디 있는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상대가 예상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을 경우 초조하고 불안해 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9일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자가 개인정보가 아닌 교통시설 등 사물 정보를 다룬다면 허가·신고 절차 없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개인이용자에게 동의를 얻은 위치정보사업자는 통보 의무가 면제된다는” 내용을 담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위치정보보호법의 지나친 규제가 스마트폰 기반의 새 위치정보 서비스 활성화의 장애가 된다고 판단해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이해가 되는 바이다.
 
그러나 스마트한 시대에 ‘스마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RBS의 규제완화는 발전의 촉진일까? 끝없는 나락일까?

   
 
오빠 믿지뿐 아니라 LG유플러스의 ‘플레이스북’, ‘Whoshere’ 등 다양한 위치기반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봇물처럼 출시되고 있다. 또 이들은 가입하는 사용자들에게 RBS 특성상의 이유로 동의를 얻으며,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타의에 악용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장치는 후속조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자는 위치기반서비스로 인해 우리가 발버둥 칠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