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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성용 세리머니…욱일승천기 때문이라도, 박지성을 본받아야

최서준 기자 기자  2011.01.26 20: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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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용 세리머니가 욱일승천기와 함께 논란이다.
[프라임경제] 기성용이 보여준 세리머니의 참뜻은 무엇일까.

기성용은 지난 25일 일본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전반 23분 박지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카메라를 향해 달려와 얼굴을 손으로 긁으면서 입모양을 원숭이처럼 흉내내는 이른바 ‘원숭이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한국인들 대부분이 일본 사람들을 비하할 때 ‘원숭이’라고 표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성용의 이번 세리머니는 일본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기성용은 “별 의미가 없다”면서 액션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기성용의 행위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금지하고 있는 인종 차별적인 세리머니에 해당될 수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고, 한쪽에선 “속이 시원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다.

이처럼 평가가 찬반으로 엇갈린 이유는 기성용이 속시원하게 설명을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매모호하게 ‘화살’을 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기성용이 유럽 무대에서 받은 ‘원숭이 야유’에 대한 ‘화풀이’ 성격일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기성용은 유럽 무대에서 수없이 원숭이 놀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두리는 지난해 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성용이 볼을 잡자 상대방 팬들이 일제히 ‘우우’라며 원숭이 소리를 냈다”고 기성용이 놀림을 받고 있음을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누리꾼들은 원숭이로 모욕을 당한 기성용이 “그래, 원숭이도 골을 넣는다”면서 그간의 설움을 이 같은 세리머니를 통해 드러낸 것이라며 ‘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두 번째. 기성용이 언급한 대로 일본 응원객들이 가지고 온 ‘욱일승천기’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을 가능성도 높다.

기성용은 트위터에 “별 의미가 없다”고 전제한 뒤 “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고 주장했다. 또 “선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고 애써 변명 아니 변명을 남겼다.

국가대표이자 공인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자신의 속내를 좀 알아달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 이날 응원도구로 ‘욱일승천기’를 사용했는데, 욱일승천기는 일본 국기의 빨간 동그라미 주위에 붉은 햇살을 그린 깃발로 일본 극우 집단이 시위를 할 때나, 일본 보수진영이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욱일승천기’는 특히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던 국기로 일본의 국군주의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할 때도 자국의 군기로 사용했다.

이에 따라 일본인들의 응원 방식 자체가 애시당초 잘못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쇄도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 선수와 한국 관중들을 먼저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여론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기성용에 대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지만, 행동 자체는 국가 대표 선수로서 적합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상대주의적 입장에서 일본 선수들이 카메라를 향해 대한민국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면 기분이 좋겠느냐는 것이다.

부정적 여론의 결론은 그래서 기성용이 아직 국가대표로서 성숙하지 못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분명한 사실이지만, 축구에서 인종차별적인 세리머니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상대팀을 비롯해 상대팀의 관중을 자극해서도 안된다. 이것이 에이메치(international A Match) 축구다.

축구에서 인종차별 논란은 해외에서 비일비재하다. 유럽 리그는 인종 차별이 심각할 정도다. 전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일본 관중들의 행동이 설령 ‘나쁘다’고 하더라도 일본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성용이 ‘캡틴’ 박지성을 본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렇기 때문이다. 영국 맨유에서 맹활약 중인 박지성은 2007년 이른바 ‘개고기 송’ 모욕을 당했다.

한국이 일본을 ‘원숭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처럼, 해외에서는 한국을 ‘개고기 먹는 나라’라고 손가락질 한다. 박지성은 매번 경기 때마다 “박, 박, 박 니가 어디에 있든지, 너희 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먹지”라고 ‘인종 차별’을 당했다.

박지성은 그러나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개고기송 2탄까지 만들어졌지만 박지성은 단 한번도 국가적 논란이 되는 세리머니를 펼친 적이 없다. 박지성이라고 기분이 좋을 까닭이 없지만, 그 인종차별적 노래가 단순한 ‘응원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축구 경기에서 인종차별의 역사는 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럽고 치사한 야유에는 그냥 귀를 막는 것이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

사진=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