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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건강? 약사들 주장 앞뒤 맞나?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1.26 17: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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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감기약을 슈퍼에서는 판매하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느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가 ‘일반약(OTC) 약국 외 판매’ 주장에 힘을 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의약품(이하 일반약)과 전문의약품(이하 전문약) 모두 약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밤이나 공휴일에는 문을 연 약국이 거의 없어 밤에 갑자기 열이 나거나 배탈이 나면 속수무책이다. 대부분이 밤이나 공휴일에 약국을 찾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심야시간대 뿐 아니라 일요일 등 공휴일에도 문을 연 약국을 찾는 것보다 문 닫은 약국을 찾는 게 훨씬 쉬울 정도다. 이 같은 문제로 미국이나 영국처럼 일반약을 약국 외 슈퍼 등에서 판매하자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는 ‘안전이 우선’,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심야시간대나 공휴일에 문을 연 약국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약 슈퍼 등 판매 주장이 계속되자 약사회는 당번약국과 당번약국 안내시스템을 대안으로 내놨다.

약사회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심야응급약국(24시간 또는 새벽 6시까지 운영), 연중무휴약국, 야간약국(밤 10시 이후까지) 등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국민들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심야응급약국은 전국 40여개가 운영되고 있지만 약국마다 운영 시간에 차이가 있고, 당번약국 홈페이지를 개설해 주변의 약국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으나 약국을 찾더라도 해당 약국이 집에서 가깝다는 보장은 없다.

또 당번약국 등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 운영이 쉽지 않고 심야시간대 운영 등으로 적자를 호소하는 약국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주변 약국들이 지정된 당번약국에 조금씩 돈을 모아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안상수 의원은 공휴일 또는 야간에 당번약국을 의무적으로 운영토록 하는 약사법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 이 법안은 2년째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로 넘어가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약사회의 당번약국 운영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약 약국 외 판매 필요성이 계속되자 건강복지공동회의 등 시민단체는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를 구축하고 일반약 중 해열제나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을 지정해 약국 외 판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약사회는 계속해서 오남용과 안전상 문제로 반대를 하고 나서 시민연대와 약사회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 기자회견을 열고 상반된 입장만 확인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약사회는 ‘약을 슈퍼에서 팔 경우 복약 지도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감기약이나 해열제 등을 사러 약국에 가면 아무런 설명 없이 약만 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오남용과 안전상의 문제’,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반대하는 약사, 약사회의 주장은 오류가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약국 문을 여는 게 맞지 않은가.  

당번약국이 시행되기 이전과 당번약국이 운영되는 지금도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문을 열지 않는 약국들이 과반수다.

이렇게 본다면 ‘국민의 건강을 쥐고 있는’ 약사들이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일종
   
의 권력 남용이 아닐까. 일반약 약국 외 판매 반대보다 약이 필요할 때 구입할 수 있도록 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시돼야 일반약 약국 외 판매 반대가 밥 그릇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약국이 2만개가 있어도 문을 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약국 수만 가지고 약국이 많아서 슈퍼에서 판매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플 때 약을 쉽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약이 필요로 할 때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