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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승유 회장님 ‘노불야’가 되고 싶습니까”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26 16: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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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청나라 말기 정치에 많은 영향을 끼친 서태후는 생전에 ‘노불야(老佛爺, 살아있는 부처)’ 혹은 ‘노조종(老祖宗, 살아있는 위대한 조상님)’라고 불리면서 고령에 이르기까지 정사에 개입했다. 이에 따라 관료들이 퇴직을 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폐단이 많았다.

“노조종께서도 국사를 보시거늘 못 한다니 말이 되는가”라면서 ‘걸해골(늙은 관리가 해골을 돌려받기를 원한다는 뜻. 즉 그만 낙향해 여생을 보내게 해달라는 사직신청)’을 하는 자체를 민망히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는 6년, 일반 법관은 10년이다(다만 관례적으로 일반 법관은 심사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계속 연임되어 왔으므로 임기 의미가 거의 없음). 그리고 법관은 임기 내라도 정년에 이르면 퇴직한다.

그러면 퇴직 연령, 즉 정년은 몇 세인가? 대법원장의 정년은 70세, 대법관의 정년은 65세, 고등법원장 이하 일반 법관의 경우 63세다. 

사법시험 합격 이래 임관 과정, 그리고 판사 임용 이후에도 각 승진 단계마다 치열한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법전인 이들이지만, 생각이 굳고 노령으로 육체적이나 정신적 피로를 잘 해소해 관리하기 어려움을 감안, 아쉬움을 남기고 은퇴조치 하도록 못 박은 것이다.

   
지난 해 11월 19일 외환은행 노조가 각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에는 김승유 회장의 노욕으로 외환은행은 물론 하나은행까지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자에 서울 을지로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골자는 하나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만들어 오는 3월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내용에는 해외 금융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연구를 해온 엑기스가 모두 담길 전망이다. 가깝게는 지난해 금융권을 강타한 신한 문제 등을 타산지석으로 해 연구한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일부 논의되는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금융은 현재 3년인 회장의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다. 그뿐만 아니다. 하나금융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회 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하나금융그룹을 이끄는 김승유 회장을 고려한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현재까지의 사회 변화상을 보면, 고령이어도 노익장을 펼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런 추세를 받아줄 사회적 배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연구과제로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줄 믿는다. 하물며 한 금융그룹을 이끄는 전문성 있는 인재라면 70세도 좋고, 아예 대통령처럼 정년 개념을 적용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전제조건이라는 게 있다. 대통령은 고 이승만 박사가 사사오입 개헌 등으로 두루 노욕을 부린 전례, 그리고 12·12사태와 광주참상이라는 유혈참극들을 딛고 청와대에 입성한 전두환씨가 호헌 선언 등을 하며 권력욕을 불태운 전례 등을 감안, 현재 재선도 못하게 9차 개정 헌법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그룹에서 집권해 온 세월을 보자. 하나은행의 행장을 거쳐 의장, 회장 등을 거치면서 ‘노불야’처럼 살아왔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며 ‘노욕’이라고 욕하는 것에 대해 가처분을 할 의미가 있는지 기자는 적잖이 궁금하다.

대법관도, 대법원장도 한 번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그것을 영예로 알고 물러나는 게 통례이고, 아무리 평생 그 일을 해 왔어도 70세가 한계다. 혹 김 회장이 70세까지 은행 창구에서 대출 심사직을 하겠다면, 그건 또 모르겠다. 대법원장이 법원 전반의 사법행정을 총괄, 결재도장을 찍으면서도 판사로서 판결문을 쓰는 것을 검토해 보라.

아니면 아예 ‘CEO에겐 정년이 없다’는 말을 입 버릇 처럼 했다던 고 조중훈씨(한진그룹 창업주)처럼 소신을 공표하는 게 낫다. 이도 저도 아니면 서태후처럼 ‘노불야’가 되고 싶은 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