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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외부세력’이 말하는 ‘770만원의 기적’

홍대 청소노동자와 연대 ‘우당탕탕 바자회’ 기획한 한원씨 인터뷰

전남주·이진이 기자 기자  2011.01.25 18: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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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날라리 외부세력’이 트위터의 힘을 보여줬다. 최근 홍익대학교에서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날라리 외부세력’은 일간지 광고 게재와 더불어 기부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개최했다.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는 공연․예술 활동가 한원(26)씨를 1월24일 혜화역 부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 무대에 얼마 전 독특한 단체가 등장했다. ‘날라리 외부세력’(대표 최재천)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름의 모임이다. 다름 아닌 ‘정당’이다. 1월8일 등장했다. 공식 정당은 아니지만 이들은 모임 성격을 ‘당’으로 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최근 홍대를 상대로 시위 중인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도와 ‘우당탕탕 바자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 바자회를 기획한 한원씨는 당의 모토를 “즐기면서 연대하고 놀면서 기부하자”라고 소개했다. 한씨는 바자회가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모임의 활동에 대해 “누구 하나 이익을 바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뚜렷한 목표와 의지만 있으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12살 꼬마 아이들이 반팔입고 공연을 했고, 50대 아저씨는 서포터를 했고, 770만원의 기부금이 모아진 것까지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다음은 한씨와의 일문일답.
 
   
우당탕탕 바자회 기획에 참여한 한원씨
-‘날라리 외부세력’이 만들어진 배경은. 
▲‘즐기면서 연대하고 놀면서 기부하자’가 모토다. 처음에는 배우 김여진씨의 글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면서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가 알려졌다. 그 일을 계기로 트위터 당을 만들고, 조선일보에 광고도 내게 됐다. 처음에는 김여진씨가 중심인물이 됐지만, 중심인물과 비(非)중심인물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자기 일처럼 노력하고 있다. 모임 자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배타적이지 않다.  
 
-요즘 트위터리안(트위터사용자)의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 단순히 친목도모 뿐 아니라 사회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모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우당탕탕 바자회’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싣게 된 것은 사건을 알리고, 홍익대학교 총장이 기사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바자회를 기획하게 된 것은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대중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놀면서 기부하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개최하게 됐다. 기부문화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2명이 4명으로 또, 16명으로 늘어나더니 일주일 만에 130~140명이 참여하게 됐다. 오프라인으로 만났을 때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면서 오프라인까지 연결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온라인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서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트위터는 밖으로 나가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자기표현 욕구를 형성시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의 지저귐(트위터)이 오프라인의 바자회까지 연결됐다.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 이글루스 블로그 사용자, 테터툴즈 사용 블로거 등이 각자 그 취향이 모두 다르다. 트위터리안에 대한 평가는.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트위터를 자기표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다.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사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바자회를 기획하면서 느낀 점은.
▲감동을 많이 받았다. 누구 하나 이익을 바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뚜렷한 목표와 의지만 있으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12살 꼬마 아이들이 반팔입고 공연을 했고, 50대 아저씨는 서포터를 했다. 바자회를 진행하면서 트위터의 힘을 실감했다. 140명이 모인 것부터 770만원의 기부금이 모아진 것까지 모두가 기적이다.
 
-이번 청소용역과 관련 우리나라 법제도가 나날이 고용 유연화로 가고 있어 이 같은 문제가 속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화를 안내기 때문이다. 화를 내야할 시점에서 화를 내야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이번 일을 보면 20~30년 후 우리 젊은 세대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장 취업이 우선순위가 되다보니까 이번 청소용역문제처럼 화를 내야할 때 화를 못 낸다. 혹은 화는 나지만 직접 나서서 ‘나한테 얻어지는 게 뭐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젊다면, 적어도 20대라면 마음가는대로 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색깔이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쉽다. 흑과 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기의 색깔을 찾으면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다. 이번 일도 홍대 어머니들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참여하게 됐다. 넓게 보면 비정규직 문제는 정치적인 것을 떠나 인간의 도리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행사 진행 이후에 학교 측의 입장 변화가 있었는지.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홍대 재학생의 관심이 적었다. 오히려 동문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학교 측의 입장은 좀 더 지켜봐야겠다.
 
-일간지 광고 게재를 시작으로 바자회 및 촛불집회 등을 벌였다. 향후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우리는 ‘크리에이티브’하고, ‘배타적이지 않는’ 한에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또, 대중이 관심을 가져줘야 되는 것 같다.  
 
-지식 기부 등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면이 많고 또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트위터 상에서 이 같은 모임과 참가자를 모아 구성하는 게 어려운 점은.
▲시작은 어려웠지만, 그 후에는 너무 쉬웠다. 트위터의 장점이 제가 쓴 글을 10만명, 100만명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될까,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들 때문에 고민도 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난 뒤에는 바로 동료들이 모아졌다. 
 
-자원봉사자뿐만 아니라 지식 기부자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우선 감사하다. 추운 날씨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들 자기 일처럼 참여해준 것에 대한 감동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