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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이 점점 농협 닮아가는 까닭

[심층진단] 독자민영화 하다간 조합과 유사…‘농협법개정’ 국면과 역주행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24 11: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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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1년이 막을 올리면서, 새해에 금융권 이슈로 부각될 요인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하나금융이 나서면서 새 국면을 맞이한 바 있으므로 가장 큰 화두는 한국은행 직접 조사권 부활 여부(한국은행법 개정 문제)나 일단 중단됐던 우리금융 민영화가 어떻게 처리될지와 농협의 신경 분리 매듭 등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주요 이슈를 생산하고 있는 농협과 우리금융이 닮은꼴을 보이고 있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정치적 이슈가 많은 2010년 지난해에는 농협법 개정안 처리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농협은 그간 공룡처럼 비대해졌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해 왔다. 이에 따라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하자는 아이디어가 이미 1993년경부터 쟁점이 돼 왔다.

이에 따라 추진되어 현재 계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정부 발의)는 신경 분리를 위한 조직 신규 구성의 근거들을 법제화하고, 농협의 보험업 진출 문제 등 여러 제반 사항을 규율하기 위한 것으로 눈길을 끌어 왔다. 15년에 이르는 지난한 논란이 드디어 금년에 종지부를 찍을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공룡 농협’ 조합 근원적 문제 개편하려 하지만 ‘법안 공회전’

농협이 이와 같이 분리 대상이 된 것은 비대해진 외에도 본연의 기능과 이윤 추구라는 문제를 주객전도하는 게 아니냐는 반성과 비판이 기본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94년 통계를 보면, 농협은 우리나라 최대의 협동조합 조직인 동시에 전국 농가인구의 40%를 조합원으로 끌어들인 농업의 총본산, 나쁘게 말하면 블랙홀인 상황을 보이는데 이런 상황은 이후 일부 변화가 있었으나 본질적 측면에서는 큰 변동이 없었다고 하겠다.

이에 신용과 경제 두 개 사업 영역을 분리하기 위한 전문화의 일원으로 당국은 신경제100일계획 중간보고를 통해(1993년 5월) 1993년말에는 단위농협을 통폐합해 1330개로 줄이고, 2001년에는 이를 다시 500개까지 줄이기로 한 바도 있다(하지만 최종적으로 확실한 신경 분리의 매듭은 문제가 여의치 않아 미뤄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당국은 그간 농업인을 위한 조합이 농업인을 상대로 한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도의적 비판 외에 은행업 등을 영위하도록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특이한 법률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게 된다.

즉, 농협법(일부수정돼 2009년6월9일 공포된 것)은 제 11조에서 은행법 등의 규정과 배치되는 부분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 특별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 조합의 금융 기능에 대한 설명을 하기 어려우므로 특별법으로 도피한 셈이다. 이것이 2009년 12월6일 제출된(그래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보면 중앙회를 연합회로 고치는 등 구조 일부 변경으로 인하여 명확하게 제 11조는 삭제될 수 있게 된다.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 추진하려다 조합처럼 된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 우리금융의 독자적 민영화 추진 경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겠다"는 우리금융 현수막(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건물). 하지만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금융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족자적 민영화는 자칫 은행계 전반을 뒤흔들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법론이 가져올 유무형의 손해 때문에 추운 사람(피해를 입는 금융권종사자 및 국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민영화 문제가 일시 중단됐지만, 이 논의가 재개되는 경우 우리금융은 사주 컨소시엄들을 다시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언급됐던 2개 컨소시엄을 보면, 우리금융이 주도해 결성한 우리사주조합과 거래 고객, 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뭉친 ‘우리사랑 컨소시엄’이나 우리은행 거래 중소기업 경영인 모임인 ‘비지니스클럽’이 회자되었던 바 있다.

이들 컨소시엄은 우리사주만로으로도 우리금융 민영화 입찰에 필요한 최소 지분 인수 요건(예금보험공사 지분 4% 이상)을 넘는 저력을 보인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고도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5조원 이상의 투자확약서를 받은 점도 눈길을 붙잡는다(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은 6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직급에 따른 할당 방식 갹출로 확보한 데 이어, 국내 거래 기업과 개인고객에서만 5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음). △대기업 고객들로 구성된 다이아몬드 클럽에서 3조원 △비즈니스 클럽(중소기업 고객)과 명사클럽(명예지점장) 등에서 2조원 등의 실탄을 조달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같이 민영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우리금융 구성원들이 외부 세력, 그것도 거래 관계가 있는 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을까? 종업원사주제를 통한 우회적인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 진출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당국은 우리사주조합 제도가 회사측의 강제적인 증자참여로 변질되고 투자대상도 제한돼 있어 이 제도를 개선할 구상을 이미 1998년 무렵부터 해 왔다. 이렇게 되면 우리사주조합제도대신 종업원지주제(ESOP. Emloyee Stocck Ownership Plan)가 부상하게 된다. 종업원지주제는 근로자와 사용주가 일정비율대로 자금을 내 펀드를 구성하고 이 펀드에서 자기회사 주식을 상당부분 사되 나머지 자금으로는 일반적인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해 이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즉, 우리사주조합 형식으로 살 주식대금을 펀드에 내고 대신 다른 회사 주식이나 채권도 매입하도록 해 투자대상을 넓히는 등 회사 내부에서 사원들의 권한이 한층 막강해지는 사실상 배경이 될 수 있다. 사원들에게 주식 매입을 강제하는 등의 제약은 덜해지면서, 이 지주가 갖는 경제주체로서의 힘도 세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이 앞으로 완전한 ESOP로 변신하는 중에, 다른 변수인 ‘독자적 민영화(다른 은행 등에 넘어가지 않고 자력갱생)라는 명분을 위해 기업과 기관투자자 등과 합세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문제는 이러한 외부 세력이 ESOP에 잠식해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여지도 있다. 즉, 평소 거래 관계가 있던 기업들을 우리금융 민영화에 끌어들였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이 다시 완전한 형태의 ESOP로 변신하고, 그런 펀드성 활동이 가능한 ESOP는 우리금융 자회사들의 거래선들과 손을 잡고 얽혀 있으니 이는 고객이 곧 우리 식구이고 우리 식구를 상대로 각종 사업을 하는 조합 행보와 다를 게 없다. 

◆또 하나의 공통점, 수익성 우려

이런 사정에서 우리금융이 조합과 유사한 후조를 구성하게 되는 문제 외에도 다른 유사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농협이 이미 1990년대 중반에 보였던 수익성 악화 고민을 현재 우리금융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 위에서 지적했듯 농업 영역에서의 독보적 지위를 바탕으로 각종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1994년 통계 언급 부분을 참조). 그런데, 이런 독자적 지위와 그로 인한 의무가 농협 수익성 악화에 한 요인이 됐던 바 있다.

농협중앙회가 1994년11월 열었던 ‘저축경쟁력 강화와 지방화 시대에 있어서 농협의 역할’ 심포지엄을 참고하면, 당시 농협은 1990년의 총예금 성장률이 27.2%였지만 1993년에는 11.9%로, 1994년 상반기는 다시 이것이 10.8%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제1금융권에서의 점유율 역시 1992년 10.5%에서 1994년 상반기에는 10.1%가 됐다. 이는 농협이 조합이라는 특성상 전국 각지의 단위조합 등 구성원들의 요구조건을 거의 대부분 뿌리치지 못하고 수익성과 관련없는 진출 등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누수가 일어나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리금융의 산하기관들, 즉 자회사인 우리은행 등이 정부 당국의 사실상 압력으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 등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과 다소 동떨어진 사정으로 수익성에서 다른 금융권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사정을 겹쳐 보면 이해가 쉽다. 더욱이, 각종 정책적 이유 등으로 인해 부동산파이낸싱(PF)을 급하게 털어내지 못했다가 우리은행 등이 입은 PF손실로 인해, 2010년 상반기에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등에서 가장 크게 휘청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이런 지경인데, 컨소시엄 구성원들을 도외시하기 사실상 어려운 독자적 민영화 성공 국면에서 우리금융이 고민해야 할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며 이는 현실적으로 수익성 악화로 표현돼 농협의 저와 같은 과거 상황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혁에 저항하는 강성 조직, 언젠가 대수술 필요?

마지막으로 거대한 조직이자 조합인 농협이 1993년 이후 각종 수술을 추진당하면서도 근래에 이르기까지 완강히 저항했던 점은 ‘농협중앙회와 그 구성원들’이 갖는 배타적인 속성에 기인한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그런데, 만일 예금보험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경영성과에 대해 추궁을 당하는 현재도 여러 문제를 일으킨 바 있는(예를 들어 황영기씨의 대규모 투자 손실 건 등을 생각해 보자) 우리금융이, 일명 독자적 민영화를 성사시킨 후에 당국의 규제와 감독에서 한층 자유로워진다면 어떤 경영 스타일을 보일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미 우리금융의 구성원들은 민영화 추진 일시중단이라는 특수한 사정 속에서도 강경 임금 등 관련 투쟁을 진행하는 ‘강성 노조’로 은행계 내외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을 사고 있으며, 더욱이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사주조합+각종 거래선 등 기업에서 들어오는 자금이라는 컨소시엄이 회사를 장악하는 경우, 이런 사정은 더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즉, 이는 조합이 폐단 내지 조합과 유사한 식의 구조를 갖는 기업으로서의 악성 문제를 모두 끌어안는 실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농협이 2010년 무렵부터 도저히 수술을 미루기 어려운 암적 문제들을 가진 조직으로 비판을 받던 전례가 이후 회현동에서 그대로 재생될 가능성 또한 작지 않아 문제다. 이에 따라 이 점에서 우리금융의 구성원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독자적 민영화란 좋지 않은 의미에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