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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자체 민영화’ 형평성 논란

[심층진단] 자금 조달 문제…‘외부 자금줄 입김’ 어떻게 해결할까?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23 1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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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단 멈춤 상태인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 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이 자금 성격 규명으로 이어지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당국이 빠르게 현안 정리를 위해 재시동을 걸 가능성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2011년 상반기 제1의 화두로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는 풀이다.

저축은행 시장 재편 등 금융지주사들의 협력을 전제로 다른 문제들도 손대야 하는 당국으로선 ‘이도 저도 아닌 우리금융의 현재 성격을 재규명 해주는’ 묵은 과제를 어떻게든 털어내고 싶어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당국이 무조건 경쟁입찰 방식만을 고수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보이는 등 여러 가지 유연성에 대한 검토를 지난해 한 바 있는 점으로 인해 우리금융 구성원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른바 ‘홀로서기 민영화’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공적자금위원회 등에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기여도 등 세 가지 조건에 어긋나지 않으면 단독입찰 실현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설이 흘러나왔던 바 있다.

◆일단 한 발 뺀 우리사주 컨소시엄들, 실탄 동원 능력은 탁월

우리금융 인수전은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12조7663억원 가운데 아직 7조원가량 회수되지 않은 점에서 경쟁구도 속에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크게 존재한다.

우리금융이 주도해 결성한 우리사주조합과 거래 고객, 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뭉친 ‘우리사랑 컨소시엄’이나 우리은행 거래 중소기업 경영인 모임인 ‘비지니스클럽’은 이런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다양한 투자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 특성상 입찰 때 높은 인수 가격을 써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가가 낮으면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들은 실제로 지난해 ‘프리미엄을 얹어주고는 응찰하기 어려움’이라는 카드를 들이밀어 당국을 난감하게 했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쪽으로 방향을 돌려 최강의 유효 경쟁자가 떨어져 나가자, 바로 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같은 ‘당국에 대한 사실상 도전’에 대한 불만 외에 실질적으로 매각 대금 극대화라는 논제에 대한 불안감의 현실화라는 문제가 눈앞에 나타난 셈이다. 당국이 민영화 논의 과정 일단 중단이라는 방안을 택한 것에는 이 같은 문제도 한몫을 거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컨소시엄들은 이 같은 집행상 한계가 있기는 하나, 자금 동원 능력에서는 다른 인수 후보들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은 6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직급에 따른 할당 방식 갹출로 확보한 데 이어, 국내 거래 기업과 개인고객에서만 5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만로으로도 우리금융 민영화 입찰에 필요한 최소 지분 인수 요건(예금보험공사 지분 4% 이상)을 넘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고도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5조원 이상의 투자확약서를 받은 점도 눈길을 끈다. △대기업 고객들로 구성된 다이아몬드 클럽에서 3조원 △비즈니스 클럽(중소기업 고객)과 명사클럽(명예지점장) 등에서 2조원 등의 실탄을 조달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확약…‘경영 입김’ 안 넣을까?

문제는 이 같은 실탄 확보 능력을 위해 우리금융의 구성원들이 기업인과 투자자 등의 손을 빌리게 되는 경우, 여러 부담감을 안게 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 과정에서, 외환은행 노조는 인수자금이 펀드에서 펀드로 돌려막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점에 토론의 불길을 붙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런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외환은횅 노조는 이어서 론스타펀드의 성격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론스타펀드가 국내 자본이 아니냐는 의혹인데 이런 논쟁은 필연적으로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자본 지배 우려로 불붙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나금융 건으로 인해 일반 산업체(기업)에 의해 은행계가 휘둘릴 가능성에 대해 과거보다 사회적 경각심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국면에서 우리금융 구성원들은 자체 역량에 의한 독자생존 가능성을 이루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이 문제가 없지 않다는 해석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그런데, 현재까지 논의된 외부 협력 자금 조달 문제를 놓고 보면 우리금융 쪽에 가까운 컨소시엄 두 곳은 모두 우리금융의 자회사들(예를 들어 우리은행)과 어떤 형태로든 거래 관계가 있는 자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컨소시엄의 자금원들이 과연 독자적 민영화 이후에 우리금융에 전혀 경영권 관련 간섭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경영권 문제 즉 사외이사 등을 들여보내는 문제 외에도 각종 편의 제공, 이를테면 대출 관련 의혹이 종종 불거질 수 있는 등으로 문제를 떠안을 수도 있게 된다.

2000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소속 서상섭 당시 의원은 옛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시중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이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 회사에 대출해 준 금액이 무려 7739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 전 의원은 이때 “신한은행의 경우 최모 이사의 관계사에 600억원 이상을 대출했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현재는 신한은행으로 합쳐짐)은 이모 이사의 관련사에 881억원 대출, 서울은행(후에 하나은행으로 합병) 역시 이사와 관련이 있는 회사에 153억원 가량이 대출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이런 문제가 여전히 고쳐지지 않음으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사외이사 교체 가이드라인을 주요 금융회사들에 통보하기도 했다. 이때 신한금융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하기도 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정법 논란으로까지 불거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케이스들에서 볼 때 이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컨소시엄 유관 기업들이(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입김을 미치는 경우 2009년2월의 신한금융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대거 방출 케이스 등에 대해서 형평성 논란이 붙을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 인수 논란으로 사회적 용인한계 상승 ‘고급인력 섭외 원천봉쇄’?

만일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존중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지 않다. 즉, 우리금융이 이번에 수면 위로 부상한 2개 컨소시엄 중 어느 곳에서 도움을 받아 독자적 민영화를 성사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상당수 기업은 우리금융과 거래선인 동시에 주인인(혹은 자금 조달 협력자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얽히게 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여러 불가피한 논란을 피하고자, 이런 기업들과 어떤 관련이라도 있는 인사들을 모두 필요한 외부 인력 위촉 후보군에서 제외한다면, 우리금융으로서는 상당히 인력풀이 좁아지는 빈곤현상을 만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관료나 법조인 집단이라 해도 어떤 형태로든 기업군과 연관을 맺고 있게 마련이다. 일례로 고위 검사 출신이 변호사로 변신한 이후에 로펌에서 주요 대기업 변론이나 자문을 전담하고 있는데, 이런 인력층 역시도 잠재적으로는 우리금융과 인연을 맺기 어려운 층에 흡수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잠복해 있는 문제지만, 2011년 어떤 형태로든 우리금융 민영화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경우, 그리고 우리금융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자체적인 민영화 욕구가 거세되지 않는 한에는 이러한 문제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크지 않은 문제라 해도, 당국과 금융권 내외에 장기 미제 사건인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떨어뜨릴 요소로는 충분하다는 점에서 이 고민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