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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천한 존재감 ‘프리보드‘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1.20 13: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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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프리보드가 뭐죠? 합판인가요?

2005년 7월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주권을 매매하기 위한 장외시장 프리보드가 설치됐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투자자들 중에서도 아직 존재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프리보드 제도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투자유치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존재 근거를 잃어버리게 된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지난해 말부터 거론되어 왔고 이에 금융당국은 급하게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의 의견이 엇갈리는 바람에 대책은 차일피일 미뤄져 구체적인 실행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핵심 사안은 거래방식 변경에 있다. 우선 금투협은 투자자들이 프리보드 시장보다 주식매매가 수월한 코스닥 시장 등에 상장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프리보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시장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완전경쟁매매방식으로의 전환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상호 호가 조정이 이뤄지는 상대매매 방식을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같은 완전경쟁매매 방식으로 변경해 프리보드 시장의 활력을 넣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완전경쟁매매를 도입할 경우 복수의 매수자가 매도자간 거래를 이룰 수 있는데 익명성이 높아 투기적 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맹점이 있다.
 
특히 프리보드 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투자자보호 장치 부재에 있다. 이미 코스닥 시장도 지난해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들의 원성과 질타에 곤욕을 치르고 나서 진입장벽을 높이는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부실기업을 사전에 솎아내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코스닥 시장마저 부실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마당에 마이너리그인 프리보드 시장에 투자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프리보드 시장엔 거래소 및 코스닥 시장 퇴출 기업들이 대거 유입 돼 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최근 10년 간 코스닥과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장 폐지돼 프리보드 시장으로 진입한 기업 사례는 코스닥 상장기업이 18건, 유가증권 상장기업이 6건으로 총 24건에 이른다.

   
 
더욱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코스피 시장에 비해 코스닥 시장은 지지부진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프리보드 시장 활성화 실현여부가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이유다.

금투협 입장에서 프리보드 활성화는 존재감에 무게를 더 실어 주겠으나, 활성화를 실현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프리보드는 ‘계륵’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