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대한항공 '고자질 혜택' 업계 못마땅

담합주도 의혹 루프트한자·대한항공 수백억 과징금 감면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1.20 13:53:5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내외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 담합 사실이 밝혀진 것과 관련, 루프트한자와 대한항공의 ‘리니언시’ 제도 혜택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곱지 않다. 담합 주도 의혹을 받고 있는 주동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업계의 담합 사실을 실토해 과징금을 수백억원씩이나 깎은 사실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 등과 함께 담합에 동참했지만 ‘공정위에 자진해서 일러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 한 아시아나항공으로선 대한항공의 ‘고자질’과 ‘감면혜택’이 얄밉기만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대적으로 높은 과징금 규모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2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발단은 지난해 5월 공정위가 발표한 국내외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 담합과 대한항공의 자진신고 발표에서 비롯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담합 과징금이 과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가 할인되지 않고 가격 인상시 소비자 반발이 덜하다는 점을 감안해 담합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사들은 한국발과 해외발 한국행 노선에서 1999년 12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유류할증료를 신규도입 및 변경으로 화물운임을 인상했다.

항공사들이 담합으로 이득을 본 매출액은 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고, 이는 국내 수출경쟁력에 심각한 피해를 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항공업계 유류할증료 담합 과징금으로 총 1200억원을 부과했다.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외국 정부와의 첫 공조 조사결과이자, 과징금 액수도 국제 카르텔사건 중 최다금액이다.

대한한공에 가장 많은 과징금인 487억원이 부과됐으며, 아시아나는 206억원, 루프트한자 121억원, 에어프랑스와 KLM이 각각 54억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졌다.

◆담합 주도했지만 면죄부

담합 주도자들의 책임소재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비난이 업계에서 일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리니언시 제도 때문이다. 리니언시(leniency) 제도란, 제재 감면이라는 ‘당근’을 줘서 기업들의 자수를 유도하게 하는 제도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유류할증료 담합도 루프트한자와 대한항공이 자진신고자 감경제도인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나서는 등 업계의 자진신고로 일단락 된 모양새지만 이를 두고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자진신고를 한 것”이라며 과징금이 221억9900만원 부과됐다고 해명한 대한항공이 루프트한자와 애당초 담합을 주도한 주범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27일 발표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인천발 세계행 화물운송료 담합은 2002년 6월 대한항공과 합의 후 루프트한자가 유류할증료 도입을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홍콩·유럽·일본발 한국행 담합에도 대한항공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기임에도 담합을 주도한 대한항공이 자진신고 감면제를 적용받아 실제 부과 받은 과징금을 절반 이상 줄인 것이다. 이번 담합 주동자였던 루프트한자는 자진신고 1순위로 과징금 121억원을 면제받았고 대한항공도 2순위로 인정돼 487억원에서 약 50%가 감면됐다.

이 때문일까. 잘못은 저질렀지만 일부 면죄부를 받은 루프트한자와 대한항공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향하고 있다.

◆불똥은 아시아나항공으로…

이번 담합과 관련해 자유롭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이 부과된 과징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비교해 당사의 과징금과 관련해 공정위 결정에 무리가 있다며 지난 12월28일 서울고등법원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부과되는 과징금은 담합으로 인한 관련매출금액으로 측정된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담합 관련 매출액은 대한항공이 대략 2조9158억3500만원,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조4955억7700원 정도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로 인한 매출액이 대한항공의 절반수준에 불과하지만, 아시아나항공는 “우리는 담합 초기부터 합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징금도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또 이 같은 맥락으로, 2007년 항공화물 부분 1위를 놓친 루프트한자가 담합에 대해 고발했으며 또 다른 주도자였던 대한항공은 이를 뒤따라 자수해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유류할증료 담합을 주동한 양사가 리니언시 제도도 담합을 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공동행위 적발과 제재에 있어 효과를 거두고 있는 리니언시 제도. 오히려 담합을 주도하거나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얻은 후 자진신고를 통해 감면혜택을 받음으로써 실제 하위업체들만 처벌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