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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약 약국 외 판매, 찬반논란 ‘팽팽’

시민연대 “허용해야” vs 약사회 “용납 못해”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1.20 10: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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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반약(OTC) 약국 외 판매를 놓고 의료계, 약사회, 시민단체 등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일반의약품(OTC)은 약사법 제44조와 제50조(의약품 판매)에 따라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국이 평일 심야시간대나 공휴일에 문을 열지 않아 불편을 토로하는 여론이 커지자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이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주장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일반약 약국 외 판매에 대한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국에서는 감기약을 슈퍼에서 판매하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느냐”고 말해 일반약 약국 외 판매에 의문을 던진바 있다.

이에 건강복지공동회의와 소비자시민모임,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25개 시민단체는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를 구축하고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주장하고 나섰다.

◆약사회, 약국 외 판매 “용납 못해”

시민연대는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심야약국이나 당번약국제도 등 실효성 없는 정책대신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가정상비약에 대해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2분류(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의 의약품분류체계를 3분류 체계(전문의약품, 약국약, 자유판매약)로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는 10일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는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번약국 운영 등을 통해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약사회 민대식 부장은 “현재 국내 2만개의 약국이 있다”며 “인구 2300명당 약국 하나 정도로 접근성이 좋으며, 세계 기준으로 봤을 때도 약국이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민 부장은 이어 “공휴일 등에는 연중무휴약국을 3300여개 운영 중”이라며 “심야 시간대 문제가 있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재조정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심야응급 및 연중무휴약국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앞서 공휴일과 야간시간 당번약국을 자율적으로 운영해왔으나 계속된 불편제기로 심야응급약국(24시간 또는 새벽 6시까지 운영), 연중무휴약국, 야간약국(밤 10시 이후까지 운영)을 골자로 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또 의약품 석면탈크 검출 사례를 들며 안전상의 문제로 일반약의 슈퍼 등 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의약품에서 석면 탈크가 검출된 적이 있는데 당시 약이 약국에서만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에 1달여 만에 제품 회수가 가능했다”며 “슈퍼 등 약국 이외의 유통채널이었다면 신속하게 회수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연대 “약국 아닌 약에 대한 접근성 높여야”

시민연대는 약사회의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시민연대 조중근 상임공동대표는  “국내 약국수가 2만개로 접근성이 좋다고 해도 약을 편리하게 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며 “숫자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촉구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라며 “접근성이 좋은 것과 필요한 상비약을 제 때 살 수 있는 것은 별개 문제이며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아닌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한다”며 당번약국과 심야응급약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일반약 약국 외 판매로 인한 오남용 우려에 대해 “일반의약품 모두를 약국 외에서 판매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해열제, 소화제 등의 가정상비약에 한해 약국 외 판매를 제안한 것이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약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오남용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약국 외 판매 대상이 될 약을 선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보건복지부에 특별위원회 설치를 건의한 상태다. 조 대표는 “의약품은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약국 외 판매 대상 약을 정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며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약국 외 판매 가능한)약을 선정하자고 제안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별위원회에서 가정상비약 선정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광고규제, 판매 장소, 의약품 유통 관리 부분 등을 약사관련단체 등이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문정림 대변인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은 다르다”며 “일반의약품은 안전성, 유효성에 있어 소비자가 이용함으로써 부작용 등의 우려가 적기 때문에 일반의약품이다”며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찬성파 여론에 약사회는 한 발 물러서 지난 19일 “정상적인 재분류 시스템 하에서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을 약국 외 판매용으로 허용하자는 결론을 내리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약사 반응은 ‘제각각’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현재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반대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에 있으나 진척 없이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일반약 약국 외 판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제약사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약사마다 전체 매출에서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고 유통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인지도와 일반 유통 인프라가 있는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약국에서 판매되던 약이 슈퍼에서 판매되면 슈퍼 등 유통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에 득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약의 슈퍼 등 판매에 제약사가 찬성하고 반대할 입장은 아니다”며 “일반약이 슈퍼 등에서 판매되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슈퍼에서 비슷한 제품들이 한 곳에 진열되는 환경을 봤을 때 매출 신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사들과 구축해온 관계가 있는 만큼 슈퍼 등 판매보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이 매출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