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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빈과 안상수, 선거에서 맞붙는다면?

이진이 기자 기자  2011.01.19 16: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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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백낙청 교수는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대한민국에 신선한 이슈를 띄웠다. 32세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군 입대를 위해 자진 귀국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줄곧 외국에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그의 군 입대를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의 입대는 5·16군사정변 직전이었다. 그 시절에도 병역기피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만 군대에 간다는 여론 때문에 병역 기피자를 색출하는 작업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후 40여년이 흘렀지만 병역기피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미필’은 지탄의 대상이며 비난 받아 마땅한 것으로 통한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보온병 포탄’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북의 ‘도발 첩보 혼선’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군 면제자들이다. 나름의 면제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 두 지도층 인사들의 보안 관련 언행이 남다른 곤욕을 치른 배경엔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들이 무슨…’이라는 고질적인 시선이 따라붙곤 한다. ‘우리나라 군통수권자마저도 군 경험이 없는 마당에 당대표와 국정원장의 군 면제가 무슨 큰 대수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이들 지도층의 군 면제가 국민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미국의 앤드루 제이콥스가 정치권에 남긴 말이 있다. 바로 ‘치킨 호크(chicken hawk)’다. 겁 많은 병아리와 용맹한 매…. 자신은 군대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 남들에겐 국가를 위해 전쟁터로 나가라며 등을 떠민 정치인들의 위선을 비난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군대 갔다 온 사람과 안 갔다 온 사람이 군대 이야기를 하면 안 갔다 온 사람이 이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치킨 호크’가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지난해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해병대 지원율이 급증했다. 16일 병무청에 따르면 1011명 규모의 ‘1월 해병모집’에 4553명이 지원해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월별 경쟁률로는 지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천안함 폭침사태와 연평도 포격사태가 우리 청년들의 애국심을 발동시켰음은 분명해 보인다. 
 
자발적 병역의무에 청년들이 너도나도 나서는 이런 현상을 보며, 일련의 국가 위기 사태에 대처하는 우리나라 지도층들이 도저히 못 미더운 나머지, ‘내가 나서서라도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발동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기 보호 본능’이 발동해 청년들의 애국심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우스꽝스러운 상상을 해봤다. 최근 해병대에 지원한 인기 탤런트 현빈과 ‘보온병 에피소드’ 하나로 국민들에게 황당한 웃음을 선사했던 군면제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특정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굳이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성공적 인기세 덕을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빈이 안상수 대표를 누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