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권고사직으로 직장을 잃은 양근모(44, 서울 관악구 봉천동) 씨는 28일 서울 봉천고용안정센터에서 실업급여신청대상자 교육신청서를 작성했다.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공연히 신경 쓰인다” 는 양 씨는 “당장 아이들 교육비라도 보태기 위해 실업급여를 받으려 한다” 며 신청서를 접수하고 서둘러 고용안정센터를 빠져나갔다.
그는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센터에 나와 그동안의 구직활동을 양식에 따라 작성한 뒤 상담원의 확인을 거쳐 2주치 실업급여를 받게 된다.
줄지 않는 실업급여 신청자
100여평이 넘는 봉천고용안정센터에는 각 동별 수급대상자 창구 앞마다 한 줄로 배치한 의자마다 각 30여명의 실직자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실직자들은 실업급여신청카드와 구직활동보고서를 상담자에게 제출한 뒤 2~3분 정도의 상담을 마친 뒤 총총히 사라졌다. 오전 중 신청을 마친 실업급여는 당일 오후 6시까지 정해진 개인통장으로 입금된다.
최근 서울 관악구 봉천고용안정센터를 찾는 실업급여수급대상자는 하루 평균 400여명으로 지난해 300여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상담원 최 모 씨는 “지난해 7월까지 급여를 받은 뒤 재취업한 피보험자가 1년여만에 다시 실직해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실직자 등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취업 실직자 1년 뒤 급여 재신청
내년 5% 이상 성장 전망과 소비자지수가 높아지는 등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실직자는 7개월 연속 월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은 노동부의 고용보험 자료를 집계한 결과 지난 9월 실업급여를 받은 실직자는 21만3천1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건보다 3만4천192명(19.1%) 늘어났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액도 지난해 9월 1천135억7600만원에서 올해는 1513억2600만원으로 33.2% 급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새롭게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대상자의 근속기간도 1∼3년이 39.1%로 가장 많았고, 1년 미만 32.1%, 3∼5년 13.3%, 5∼10년 10.0%, 10년 이상 5.5% 등으로 3년 미만이 71.2%를 차지하는 등 높은 고용불안정을 드러냈다.
고용불안정 부추기는 장기 경기침체
이같이 짧은 근속기간과 급여신청자 증가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일용직도 실업급여 수혜대상에 포함되는 등 적용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최소 180일 이상 근무한 뒤 계약기간 만료와 권고사직, 회사의 페업 등 경영상 이유와 같은 비자발적인 사유로 실직한 경우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를 90∼240일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최대 수급액을 1일 3만5000원으로 제한, 실직 전 3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았던 대상자의 경우라도 월 108만5000원 이상을 받지 못한다.
한편 실업급여 수급자는 2002년 월평균 10만~11만명 수준에서 2003년 12만7000여명, 2004년 17만9000여명을 넘어선 뒤 4년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실직사유는 경기침체에 따른 권고사직이 2만5792명(63.9%)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기간만료 및 공사종료 4813명(11.9%), 도산.폐업 2730명(6.8%), 고용조정(정리해고) 2428명(6.0%)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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