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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상률↑ 인하율↓’…차라리 인상폭 낮추자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1.19 09: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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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6월까지 이어진 추위와 폭염 등 이상기후가 지구를 덮쳤다. 이 같은 이상기후가 지구 온난화의 증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폭염에 이어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지는 혹한과 폭설이 지구 온난화의 증거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으나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는 작황을 악화시키면서 국제 곡물가 폭등을 야기했다. 국제원당가, 소맥가 등이 급등하면서 이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식료품 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호소했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가중되는 원가 부담을 못 이겨 설탕, 음료, 제과, 커피 등 가격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12월에 설탕값을 인상한 CJ제일제당은 ‘원당 시세 폭등으로 가격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설탕값 인상에 이어 코카콜라, 한국네슬레 등이 음료와 커피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풀무원, CJ제일제당, 대상 등이 두부 가격을 평균 2~23% 올렸다.

좀 더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은 설탕값을 평균 9.7%, 코카콜라는 13개 품목 평균 4.2~8.5%를 인상했다. 두부의 경우 풀무원이 평균 20.5%, CJ제일제당 평균 23%, 대상FNF 평균 2% 인상했다. 이들 업체들은 경쟁업체가 경쟁품목 가격을 인상하면 잇따라 인상하는 방식으로 담합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은 가격인상에 대해 구체적인 제품과 인상률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인상 대상 제품과 인상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표제품과 몇 종에 대해 평균 몇 퍼센트 인상했다’고 뭉뚱그리기 일쑤였다.

가격인상의 경우 경쟁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는 쥐도 새도 모르게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격 인상 직전까지 ‘검토 중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한 뒤 갑작스럽게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일부 업체들은 출고가가 아닌 납품 할인율을 낮추는 등 납품가를 올려 소비자의 눈을 피해 가격인상을 부추겼다.

설을 앞두고 신선식품 등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3일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나섰고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전방위적인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가격을 올릴 만큼 올린 식품업체들은 선심 쓰듯 ‘원가 부담이 크지만 서민 물가를 위해’이라는 전제를 내걸고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정부의 압력과 가격인상 담합조사 때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미 가격을 인상한 바 있는 업체들이 정말 ‘자발적으로’ 가격인하를 결정했는지 의심스럽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가격인하 결정을 했다면 가격인상 시에도 소비자들의 부담을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이번에도 식품업체들의 ‘인상률은 높게, 인하율은 낮게’라는 공식이 적용됐다. 즉, 가격인상률이 높아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기존(가격인상 전) 가격보다 비싸지는 것.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의 고충과 인상결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인상제품과  인상폭 등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고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낮은 인하율, 결과적으로 기존 가격보 다 인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물론 가격인하라는 눈속임으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살 수도 있겠지만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격보다 인상된 것을 확인한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걸까.    

정말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가격을 대폭 올린 후에 조금 내려놓고 ‘인하했다’고 생색내기보다는 가격인상 결정시에 가격 인상폭을 낮추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