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농협이 상조업 하겠다는데…

“200만 조합원 위한 사업? 지역농협상조사업 지원부터 해야”

박지영 기자 기자  2011.01.18 17:01:3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요즘 상조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미꾸라지 네 마리(보람상조·한라상조·현대종합상조·국민상조)’가 제 잇속 채우기에 급급해 ‘온 개울물(상조시장)’을 흐린 건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족보에도 없는 ‘외부인(농협중앙회)’에 떠밀려 설 곳마저 위협받고 있다. 탄탄한 인적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농협중앙회의 상조업 진출, 그 명·암을 살펴봤다.   

농협중앙회의 상조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늦어도 내년(2011년) 중 상조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8월3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상조업 진출계획을 통보하기도 했다.

◆진짜 믿고 맡겨도 될까?  

농협중앙회의 상조업 진출 소식에 소비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탄탄한 조직력과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곳인 만큼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상조업 진출을 선언하자 관련업계는 물론 전국농협노동조합까지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검찰수사로 밝혀진 상조업체 실체는 그야말로 썩을 대로 썩은 ‘하수구’였다. 특히 고객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써댄 경영진들의 비리는 도를 지나쳤다는 비난을 받았다. 

문제는 농협중앙회 또한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10월 초 농협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벌어졌다. 농협중앙회 부산구포지점 창구직원이 3년6개월여에 걸쳐 무려 79억원을 횡령한 것이다.

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006년부터 5년여 사이 농협중앙회와 일선 단위조합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276건으로, 피해액만 536억원에 이른다.

◆여론 안 좋으면 유턴할 수도

상조업 진출을 앞두고 농협중앙회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명분이다. 과거 농협중앙회는 프로야구단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하려다 반대여론에 밀려 포기한 바 있다.

2007년 1월18일 오전, 농협중앙회는 현대 야구단을 인수해 가칭 ‘농촌사랑 야구단’으로 출범시키겠다고 했다가 농민단체에 이어 농림부까지 반대하자 몇시간 뒤 ‘잠정보류’로 말을 바꿨다. 그리고 이튿날인 19일엔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 야구단 인수를 포기하겠다”며 뒤로 빠졌다. 여론과 명분에 밀려 간단하게 손바닥을 뒤집은 것이다.  

이러한 전적이 있는 탓인지, 농협중앙회는 상조업 진출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촌자원개발부에서 상조업 진출 계획을 짜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가타부타 공식적 이야기가 나온 건 없다”며 “다만 ‘관련 일(상조업)’을 추진한다고만 들었다”고 말을 아꼈다.

상조업 진출 명분과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또 “유사업종 회사들의 이해관계 대립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농협중앙회의 상조업 진출은 200만 조합원들을 위한 것”이라며 “상조부문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복지라던지 의료부문에서 농촌이 워낙 소외되고 제외되다 보니 혜택이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국농협노동조합 측 입장은 이와 상의하게 다르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민경식 위원장은 “현재 지역농협 중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장례물품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며 “만일 농협중앙회가 200만 조합원들을 위한 상조업 진출이라면 독자적 상조회사를 차릴 게 아니라 지역농협에서 하고 있는 상조사업을 지도·지원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