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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할머니, 20년 전 자신의 근무지 주변을 맴돌고 있는 까닭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쉼터’ 아니라 ‘일자리’

최서준 기자 기자  2011.01.15 16: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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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할머니가 또다시 화제다.
[프라임경제] 서울 도심 내 모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수 년째 밤을 보내고 있다는 이른바 '맥도날드 할머니'가 인터넷 상에 또다시 화제다.

외무부 공무원까지 지낸 ‘과거’ 이력 때문에 누리꾼들의 더 큰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할머니가 또다시 화제가 된 이유는 최근 방송에서 근황이 소개됐기 때문. 이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방송에 소개된 바 있는데, 당시 방송에서 매일 밤 9시 맥도날드 패스트푸드점 앞에 나타나 새벽 4시까지 새우잠을 자고, 24시간 동안 서 있는 채로 끼니를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져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할머니는 그러면서도 카페를 찾아 영자 신문을 읽고, 영어로 일기를 작성하기도 했다.

   
▲ 사진=sbs 방송 캡쳐
그렇게만 벌써 10년째. 이런 ‘맥도날드 할머니’의 근황은 지난 14일 SBS 교양프로그램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에서 재차 소개됐다.

당시 방송이 나간 뒤, 이 할머니의 여고 동창생은 물론 지인들이 너도나도 할머니를 방문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는 특히 외무부에 재직(사진)했었는데, 당시 동료들도 할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할머니는 지인들의 잇따른 방문에 매우 들떴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 모든 것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내 방식대로 남은 생을 이어가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나를 지금의 현실에서 구원해 줄 단 한 사람을 기다리겠다”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외무부 후배들은 할머니의 현 모습을 보며 “외무부 당시만 해도 할머니는 '메이퀸'이었다”면서 “이렇게 변할 수 있나?”라고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할머니는 도대체 왜 이 한파 속에서도 매장을 매일 찾는 것일까.

방송에 따르면 할머니는 서울의 유명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90년대 초까지 15년 동안 외무부에서 근무했던 이른바 인텔리 여성이었다.

그러나 퇴직 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 곳이 없어졌고, 이에 따라 20년 전 자신이 근무했던 장소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리 생활이 계속되자, 서울시가 돕겠다는 의사까지 내비쳤지만, 자신이 노숙자로 취급받는 것은 싫다며 이를 사양했다. 할머니는 ‘쉼터’에 대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할머니는 오랜 노숙생활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할머니에게 진정 필요한 건 공짜로 주어지는 격리된 쉼터가 아니”라면서 “세상과 교류하며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자리”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맥도날드 할머니의 과거 엘리트로 촉망받던 젊은 시절, 단아하고 지적인 모습이 그대로 담긴 사진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