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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 대공황…“전세문화 사라질 판”

[전세의 몰락] 반전세, 매매조건부 전세 등 전세 형태 변화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1.14 16: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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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러다가 전세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마포 A공인중개사 대표)

“아파트를 포함해 오피스텔, 원룸 등 전세로 나온 집이 하나도 없습니다.”(서울대 입구역 인근 B공인중개사 과장)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전세문화의 형태가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매매시장 침체로 인해 매매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세금으로 누릴 수 있는 재테크 수단보다 임대수익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1월 전세시장은 겨울철 비수기로 한산한 모습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시장 분위기는 전세→반전세·매매조건부전세→월세로 이어질 만큼 전셋집은 ‘귀한 물건’으로 웬만해선 보기도 힘들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10년 11월 첫 째 주부터 2011년 1월12일 현재 9주간의 전셋값 상승률은 2.2%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의 0.8%, 2년 전의 -2.5%, 3년 전의 0.0%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전세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저금리 등의 변수로 전세시장에서 매달 수십만 원의 안정적인 현금 수입을 챙길 수 있는 반전세, 월세 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국 1만6530곳의 부동산 중개업소 가운데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고 답한 곳이 전체의 80.7%를 차지했다. 이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래 1월 기준으로 가장 심각하다. 더욱이 전세난이 심했던 지난해 1월 첫째 주 조사에서 수요가 공급을 넘는다는 응답이 73.8%였던 것에 비하면 올해 수급불균형으로 나타날 전셋값 상승 전망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반전세·매매조건부 전세 증가

전셋값 상승이 연일 치솟으면서 전세시장에 새로운 전세 상품이 나타나고 있다. 반쪽전세 일명 ‘반전세’와 매매조건부 전세다. 매매조건부 전세의 경우 집이 팔리면 나가겠다는 전제하에 맺는 계약으로 전셋집에 사는 사람은 항상 ‘좌불안석’이다. 또 저금리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집주인들이 전세와 월세를 결합한 ‘반전세’ 도 새롭게 등장한 전세난 의 심화 요인이다. 

최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 S아파트 105㎡의 경우 2년전 1억8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현재 2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집주인은 오른 전셋값을 월세로 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달 월세를 내고 사는 것도 부담이지만 인근에 나와 있는 전세물건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라도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대학생과 직장인 등 많은 수요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마포지역 일대의 전세시장도 심각하다. 전세물량은 턱 없이 부족한데 전세 대기자는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 대흥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H공인중개사 대표는 “겨울이 비수기라고 하지만 올 초부터 전셋값이 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전혀 그런 느낌을 못 받는다”며 “전세물건이 너무 귀하다 보니 전세 대기수요만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으로 물건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인근 25평형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봄에 비해 약 5000만원이 올랐다. 또 대형면적의 아파트 역시 약 4000만원이 올랐다.

최근 저금리로 인해 전세금 활용도가 떨어진 만큼 집주인의 여유에 따라 전세, 월세, 반전세로 나눠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인근 B부동산 대표는 “얼마 전 계약된 전셋집은 집주인이 목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매월 들어오는 임대료를 받고 싶어했다”며 “여기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이야기를 해서 결국 부족한 전셋값을 일정기간 동안 월세로 내는 반전세로 계약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매매 차익 대신 임대 수익 선호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 입구역은 학생, 직장 수요 등 유동인구비중이 높은 곳으로 아파트는 물론 소형 오피스텔, 원룸 등을 찾는 수요층이 많다. 이 때문에 전˙월세 수요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전셋집 계약은 고사하고 월세값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근 아파트는 전세매물이 워낙 부족해 매물이 나오는 대로 몇 시간 이내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으며 소형뿐만 아니라 중대형 거래로도 확대되고 있다. 동부센트레빌, 봉천우성, 브라운스톤관악, 월드메르디앙 모두 5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서울대 입구역 인근 A공인중개사 이영희(가명)과장은 한 달 평균 7~8건의 소형 오피스텔(원룸 포함)등의 계약을 체결한다. 물론 이 지역에 전셋집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봉천동 일대에서 전세 아파트는 물론 전세 오피스텔, 원룸 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과장은 “인근 주상복합아파트에 아파트 2동, 오피스텔 1동이 위치하고 있지만 전세매물이 나와 있는 걸 본적이 없다”며 “소형 오피스텔(원룸)도 평균 전세가기준으로 5000만~6000만원 선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최근 시세는 몇 달전에 비해 최소 500만원 정도 오른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기준 5000만원이면 월세 50만원, 즉 100만원이 1만원으로 평균 5만원이 올랐다는 얘기다. 

이 같이 월세가 증가하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세 하락론이 퍼지면서 "부동산으로 큰 돈 벌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차(집주인)역시 매매 차익보다 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편이 낮겠다고 판단하고 있어 향후 매매시장 회복도에 따라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