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짜고 친 채권거래… "살림 좀 피셨습니까"

류현중 기자 기자  2011.01.14 14:22:5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채권시장 연말 부문별 순위 발표가 영 개운치 않다. 대형그룹과 계열 투자은행(IB) 간 물량 몰아주기는 올해 채권인수부문 순위를 뒤집어 놓았다.

지난 3분기만 하더라도 채권인수부문 8위에 머물던 SK증권이 단박에 1위를 거머쥐었다. SK계열사 회사채 물량과 카드채 매입이 급증한 것이다. 연합인포맥스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SK증권은 SK그룹 은행채를 제외한 나머지 채권 6조2256억원 어치를 매입했다.동부그룹도 동부증권에 물량의 절반이상을 몰아줬다.

또 과거 LG그룹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도 지난해 10월 기준 LG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 1조2763억원 중  1/3 수준인 8200억원을 인수했다. 한화그룹도 한화증권에 회사채 27%가량을 맡겼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에 발행물 중 상당금액을 매입케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HMC투자증권에 회사채를 몰아줬다.

물론 ‘제 식구 밀어주기’가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비계열 단일 증권사들이 딱히 대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자는 “(증권사들의) 경쟁보다 사회적으로 손해다”고 입을 열었다. 이 담당자는 “공평한 경쟁은 뒤로하고서라도 이들의 거래는 지금 당장 문제되지 않겠지만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적정금리를 못 받는 등 분명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을 ‘식구’라는 이유로 웃돈을 얹어 사는 식이니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 또한 같은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계열사 거래의 경우 공시만 잘 지키면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올바른 경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계열금융사가 기업의 새 금고가 되는 것을 우려해 감시ㆍ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 좋아하는 대기업들의 사회대응 방식은 우린 이미 많이 접해왔다. 그룹과 계열사간의 채권인수 또한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 하나면 찍소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공정성도 마찬가지다. 거래는 합법적이다. 하지만 SK증권 등과 같이 든든한 ‘빽’ 덕에 8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 왕관을 거머쥔다면 열심히 일해 온 비계열 토종 증권사들은 어디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들의 경쟁은 ‘공정’하지만 결코 신명나진 않는다.